[단독]화재 잇따르는 재활용 선별장…불씨 감지·초동진화 시설 의무화
화재 예방·초동방제 시설 설치 의무화
노동자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의 발원지로 꼽히는 리튬 1차전지는 완제품은 물론 폐기·재활용 단계에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물질이다. 특히 최근 리튬전지 폐기 등 재활용 과정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선별장 운영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생활폐기물 선별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공공 재활용 선별장 보관시설의 화재 예방 및 초동방제를 위한 시설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9월 생활폐기물 선별장 보관시설의 품목별 구역 구분, 배수·방수 설비 등을 규정한 제정안을 개정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가능 자원을 보관·적치하는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서 보관시설에도 연기 감지기를 비롯한 화재 예방 시설과 불이 났을 때 초기진압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지침 개정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최근 화재가 잇따른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 경북 김천, 지난 11일 강원 삼척, 지난 19일 서울 목동 재활용 선별장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이시정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6월 대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1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리튬전지 폭발로 인한 화재로 밝혀졌다. 선별장에서 불이 났다면 거의 리튬전지가 원인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리튬전지는 완전히 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을 받거나 수분과 만나면 폭발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4월 경북 고령의 한 리튬 1차전지 재활용 업체에서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났고, 같은 해 6월 육군 군수지원단 폐리튬전지 창고에서 불이 났다. 캠핑용 랜턴이나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리튬전지를 분리 배출하지 않고 버리면 파쇄하는 과정에서 리튬전지가 충격을 받아 불이 날 수 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2차전지는 계속 충전해 사용하니 사용자의 관리 하에 있는데 1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릴 때 완전히 방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리튬 1차전지가 시중의 알카라인 건전지 AA사이즈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서 수거한 리튬 1차전지는 2022년 5만8472㎏으로 전년도보다 3만6850㎏ 늘었고, 리튬 2차전지는 10만3512㎏으로 전년 대비 6만5602㎏ 늘었다.
이 같이 폐기해야 하는 리튬전지가 늘면서 수거 주기를 앞당기고, 리튬전지를 탈착식으로 바꾸는 등의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리배출이 쉽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리튬전지에 연결된 전선을 임의로 제거하지 말고, 탈착식이 아니면 그대로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는 안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는 올해 1월부터 서울 지역의 폐배터리 수거 횟수를 기존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다.
이 사무국장은 “니켈카드뮴전지는 녹색, 니켈수소전지는 주황색, 납축전지는 회색, 리튬 2차전지는 하늘색으로 분리배출을 표기하는 일본처럼 소비자가 쉽게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전지에 분리배출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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