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팔달] 전업주부 회장에 의사 부회장…아워홈,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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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매출 2조 원을 올리는 대기업이 돌연 전업주부를 회장으로, 교수를 부회장으로 맞게 되면서 회사의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범LG가의 식품기업 아워홈 얘기입니다.
4남매간의 분쟁 끝에 대표였던 막내 여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을 밀어내고 큰오빠와 큰언니 부부가 경영권을 차지했는데 그러자마자 회사를 판다고 합니다.
정대한 기자, 아워홈 매각에 기업공개 얘기도 나오고 있죠?
[기자]
앞서 지난 21일 아워홈은 국내 주식시장에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올해 안에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계획인데요.
새롭게 대표로 취임한 장녀 구미현 회장이 회사 매각 의사를 밝힌 지 '사흘' 만에 돌연 IPO 계획을 드러낸 겁니다.
아워홈 측은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매각과 IPO를 모두 검토해 왔고, 현재는 IPO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워홈이 IPO를 추진하는 배경은 뭘까요?
[기자]
업계에서는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연합이 지분 처분을 위해 회사 매각과 별개로 추진하는 차선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엔 일부 '걸림돌'이 있습니다.
아워홈 정관에는 한 주주가 주식을 매각하면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로 인해 현재 경영권을 가진 두 남매의 연합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 구지은·구명진 자매에게 우선 매수권이 주어져 일방적인 매각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앵커]
구미현 회장 얘기를 해보죠.
구미현 회장은 '전업주부'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나요?
[기자]
아워홈 일가의 장녀인 구미현 신임 회장은 그동안 전업주부로 활동해 왔는데요.
아워홈 경영 참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오너가 네 명의 보유 지분 규모를 보면요.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로 최대 주주고,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19.28%, 차녀인 구명진 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서 아워홈 남매들은 지난 2017년부터 8년여간 경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구미현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오빠와 막내 사이를 오가며 편을 들었습니다.
갈등이 처음으로 촉발된 2017년에는 전문경영인 선임과 관련해 오빠 편을 들었고,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실형을 받았을 땐 막내 편에 서며 구지은 부회장 체제 전환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후 3년 만인 올해에는 다시 오빠 편에 서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을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구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분 매각'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대표이사직을 자처한 것도 지분 매각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왜 일어난 건가요?
[기자]
남매간 '배당'의 문제가 가장 주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2015년 회사 부사장에 올랐는데요.
이후 경영진과의 갈등 등으로 직을 내려놓았고, 2016년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 전면에 나섰습니다.
5년 뒤인 2021년에는 다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가져왔는데요.
이때는 '배당'과 관련한 문제가 남매간의 갈등을 다시 촉발시켰습니다.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을 땐 고배당 정책을 썼었는데요.
이때 아워홈 배당금 규모는 2016년 68억 원에서 2020년 775억 원까지 4년 만에 11배나 뛰었습니다.
다만, 2020년 아워홈이 사상 첫 적자가 났을 때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21년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무배당'을 결정했는데요.
이후에도 2022년 30억 원, 2023년 60억 원 등 '저배당' 기조를 고수하면서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배당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왔던 전업주부 구미현 대표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이제 전업주부 출신인 구미현 대표가 경영을 맡게 됐는데, 우려는 없나요?
[기자]
실제로 경영 경험이 없는 구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이 큰 상황인데요.
이번 이사회에서 구 대표의 남편인 '의대 교수' 출신 이영렬 씨가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국내 2위 식자재유통 급식업체로 성장한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 9천835억 원, 영업이익은 76%나 늘어난 943억 원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구지은 전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 확대'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 해외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3%나 증가했습니다.
구미현 대표는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낸 이영표 씨를 새롭게 경영총괄사장으로 선임해 경영 전반을 맡겼고, 경영권 분쟁 해소를 위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회사 경영' 의지를 밝히면서 우려 불식에 나섰는데요.
다만, 전문가들도 구미현 대표 체제에서 경영 악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박주근 / 리더스인덱스 대표 :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인 데다가 시장이 성장하려면 결국에는 외부에서 매출을 성장시키는 전략을 택해야 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을지가 의구심이 들고 그 이전에 아우홈을 경영하거나 경영에 깊이 간섭한 것도 없기 때문에 구미현 대표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좀 의문입니다.]
[앵커]
경영과는 별개로 아워홈의 매각과 IPO 가능성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매각과 IPO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구 대표가 2022년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매각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기업 가치를 최대 2조 원으로 책정했는데요.
이 같은 가격 책정이 시장의 평가와 맞지 않아 매각이 불발된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이후 아워홈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면서 두 남매가 그때보다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아워홈이 매각가를 너무 높게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종 급식업계의 시가총액을 보면, 현대그린푸드는 4200억 원, CJ프레시웨이는 2400억 원, 신세계푸드는 15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IB업계에서는 아워홈이 현재 범LG가에 공급하는 비중 자체가 높은 상황에서 매각이 될 경우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수 있고, 통상 2년마다 영업권을 계약하는 급식업계의 특성상 계약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동종 업계가 인수를 할만한 매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IPO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구 회장이 IPO 상장 과정에서 기존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IPO 자금이 기존 주주에게 흘러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IPO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오너 리스크'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최근 이사회에서 물러난 구지은 전 부회장이 지난 2021년 자매 간에 맺은 '주주간 의결권 통일 협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당분간 남매간 분쟁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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