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조기 대선 하루 앞…'보수 우위' 속 차기 2인자는

보수파 4명, 개혁파 1명…갈리바프 국회의장 선두
하메네이, 투표 독려…지난 대선 투표율 49% 미만

[테헤란=AP/뉴시스] 지난 25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TV 스튜디오에서 이란 대선 후보들이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6.26.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로 인한 이란 조기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 후보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사실상 이란 2인자 역할인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될지 주목된다.

AFP 등에 따르면 이번 조기 대선에는 보수파 4명, 개혁파 1명 등 총 5명 후보가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후보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2) 국회의장이다. 후보 중 가장 서열이 높으며,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장악력이 있다. 수도 테헤란 시장도 역임했다. 1999년 언론사 폐쇄 항의 시위 당시 폭력 진압에 일조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참전용사 출신 강경파 정치인인 사이드 잘릴리(58)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2013년과 2021년에도 대통령직에 도전한 바 있으며, 2021년 대선에서 라이시 당시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하차했다.

과거 핵 담당 고위 협상가로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협상을 벌인 적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한쪽 다리를 잃어 '살아있는 순교자'로 불린다.

심장전문의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69)은 후보 중 유일한 개혁파다. 2015년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을 위해 서방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JCPOA 체결 당시 대통령이었던 하산 로하니 측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여성과 청년, 소수민족 등 지지를 얻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20년 전 보건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이 있지만, 정부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장관 출신인 모스타파 푸르모함마디는 유일한 성직자로, 강경파였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다. 미국 등 서방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후보다.

특히 미국 국무부는 푸르모함마디를 '악명 높은 인권 유린자'로 칭한다. 1988년 정치범 대거 처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다.

강경파인 알릴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도 입후보했다. 2021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라이시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53) 부통령도 출사표를 던졌지만, 26일 중도 하차했다.

[테헤란=AP/뉴시스] 이란 선거본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선 후보 등록 업무 중인 모습. 2024.06.27.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투표를 촉구했지만, 투표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대선 투표율은 49% 미만으로,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었다. 당시 개혁파와 온건파가 실격 처리되면서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투표장에서 멀어지게 했었다.

서방 제재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와 리알화 가치 하락 등 주요 관심사가 차기 행정부에서 해결될지도 회의적이다. 한 테헤란 시민은 AFP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에 동정심을 가진 후보가 없다. 투표한들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란 대선은 2025년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19일 라이시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 국경 지역에서 돌아오던 중 헬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1년 앞당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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