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소프트파워로 국격 높이는 길

2024. 6.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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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해외 홍보 매체인 아리랑TV가 뜬다.

한류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한국의 위상이 강화되며 해외 및 외국인 사이에서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시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제화'라는 국정 슬로건에 맞춰 김영삼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설립된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에 관하여 영어로 된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여 (더빙이나 자막이 아닌) 전 세계에 방영하는 유일한 방송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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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국제적 위상 높아지며
외국인 대상 아리랑TV
시청률 오르며 인기 높지만
예산줄고 법적지위도 취약
세계 1억가구에 韓 홍보 가능
우리 정부의 관심·지원 절실

한국 정부의 해외 홍보 매체인 아리랑TV가 뜬다. 한류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한국의 위상이 강화되며 해외 및 외국인 사이에서 아리랑국제방송에 대한 시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 대부분 일류 호텔 채널에 아리랑TV가 포함되어 있다. 주한 외국 대사나 외교관들을 만나면 입을 모아 아리랑TV 프로그램을 얘기한다.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출연한 아리랑 프로그램은 이 영화의 동남아시아 진출에 맞추어 유튜브 방송 시청자 수가 폭증했다.

과거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을 역임하고 지금도 아리랑TV에서 방영하는 토크쇼 '더글로벌리스트'의 호스트를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너무도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국과 한류가 부상한 것이 큰 이유이겠지만 아리랑TV 구성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아리랑국제방송국의 열악한 여건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아리랑TV는 정부의 무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화'라는 국정 슬로건에 맞춰 김영삼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설립된 아리랑국제방송은 한국에 관하여 영어로 된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여 (더빙이나 자막이 아닌) 전 세계에 방영하는 유일한 방송 매체다. 프로그램의 80%가 보도 교양 콘텐츠로 제작되어 한국의 소식을 전하고 정부의 정책을 알리고 있다. 전 세계 1억 이상 가구에 도달할 수 있어 효과적인 해외 홍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리랑TV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명확한 법적 지위가 없어 안정적 재원 확보가 어렵고 안 그래도 적은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수년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제 방송에 대한 법적 위상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공적 규제와 상업적 규제에 모두 취약하다. 심심치 않게 통폐합 논의가 불거져 나와 구성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상이 외국이고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홀대받고 있다.

나라 밖 상황은 전혀 반대다. 대부분 국가가 자국의 언론 매체를 통해 대외 정책을 홍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거짓 정보나 선전전에 대항해 해외를 향한 자국 언론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RT방송이나 중국 CGTN은 서방에 대항해 자국 정부의 정책을 선전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RT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입이 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한과의 무기 협력 등 문제에 있어 러시아 입장을 강변한다.

민주주의 국가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NHK월드는 국제 문제뿐 아니라 한일 역사, 영토 문제 등에 있어 일본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미국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를 통해 정부 관리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강대국뿐 아니라 중견국, 약소국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채널뉴스아시아(Channel News Asia)는 벌써 동남아의 CNN이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한국의 아리랑TV 역시 그런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랜 역사, 국제 방송을 수행할 수 있는 노하우, 영어 콘텐츠 제작 실력, 영어 콘텐츠 자료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영어로 방송하거나 방송했던 거의 모든 인력은 아리랑 출신인 만큼 국제 인맥이 탄탄하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없이는 빛을 발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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