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표는 ‘영남’이 정한다? 텃밭 잡고 대역전극 노리는 친윤
‘친윤’ 정서 여전한 영남…‘당심 승리’ 노리는 나경원‧원희룡
홍준표-이철우에 거절 당한 한동훈, 이준석 승리 전략이 답?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영남을 찾으며 구애에 몰두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를 80% 반영하는 만큼, 당원의 약 40%가 분포하는 영남은 후보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특히 친윤(親윤석열) 후보들은 영남 당심을 확실히 잡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동훈 대세론'을 깨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후보는 27일 오후 대구 서구와 달서구, 달성군, 수성구에서 지역 당원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는다. 이번 대구행은 지난 25일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 이후 그의 첫 번째 지방 일정이지만, 경쟁주자들보다는 한발 늦은 방문이다. 여기에 지역 맹주인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가 연달아 한 후보와의 면담을 거부해 출발부터 다소 김이 빠진 상태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의 수장들과 만남이 불발된 것이 지역 내 일종의 시그널로 작용해 TK(대구‧경북) 표심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한 발 앞서 영남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원 후보는 전날 경북 일대를 찾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면담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 후보도 같은 날 박완수 경남지사‧박형준 부산시장은 연이어 만나는 등 PK(부산‧울산‧경남) 표심을 공략했다.
'영남'은 한동훈의 약한 고리? "친윤들 여론전 강해질 것"
영남은 대표적인 국민의힘 텃밭으로, 책임 당원들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36%)보다 당원 비중이 높으며 당무에 대한 적극적 참여도는 더욱 높다는 평가다. 이른바 조직표 동원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많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이번 당 대표 선출에서 당원 80%를 반영키로 한 만큼, 영남 표심이 최종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영남 출신 후보'가 모처럼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무주공산'인 영남 당심 쟁탈전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원희룡‧나경원 등 범친윤 후보들이 영남을 집중 공략하는 이유는 이곳이 한 후보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영남은 다른 권역들에 비해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친윤 정서'가 여전히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비윤(非윤석열)계로 분류된 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실제로 높지 않을 거라는 게 다른 후보들의 주장이다.
특히 한 후보가 출마와 동시에 정부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채 상병 특검법'을 들고 나오면서 주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날 언론을 통해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 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도 모르고, (특검을) 덜렁 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 좀 더 공부하고 오라"며 한 후보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용산에 끌려가지 않고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한 후보로선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한 국민의힘 친윤 측 관계자 또한 "영남, 특히 TK의 중장년 당원들은 미우나 고우나 임기가 3년 남은 윤 대통령과 보수 정부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며 "전당대회 기간 한 후보가 정부가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여기에 다른 친윤 후보들이 여론전에 나서면 당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후보를 바로 꺾진 못해도 최소한 과반 득표를 막아 결선으로 끌고 갈 수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어 "수도권에선 한 후보 대세론이 강해서 다른 후보들로선 영남 전통 당심을 계속 공략하며 '한 후보는 보수 적통이 아니다' '한 후보가 당선되면 윤석열 정부가 흔들린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직력은 옛말? 한동훈, 이준석 될까
그러나 한 후보의 팬덤과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가 영남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 지역에 걸쳐 한 후보의 선호도와 지지세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당원 뿐만 아니라 전체 민심을 반영한 여론조사지만, 당심과도 그리 크게 동떨어진 결과는 아니라는 게 한 후보 측의 입장이다.
친윤 후보들이 자신하는 '영남 조직표'의 영향력과 친윤 정서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32만 명에서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84만 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당원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한 전당대회에서의 모바일 투표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장투표가 주를 이루던 과거에 비해 각 지역 당협위원장의 조직력과 영향력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1년 이준석 당시 후보가 당내 조직력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나경원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 후보가 출마에 나설 때부터 그가 이른바 '이준석 선거 모델'을 차용한 승리 전략을 세울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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