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토막 리뷰] '그랑사가'는 보이지 않지만 게임은 '제법'
게임 유저라고 하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과연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일까 일 것입니다. 물론 이것저것 다 깔아놓고 소위 '찍먹'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부담도 큽니다. 이에 마니아타임즈에서 대신 게임을 깔아보고, 실제로 어떤지 간접 체험해 드립니다. 이번 게임은 지난달 30일 출시, 카카오게임즈와 파이드픽셀즈가 공동 서비스하는 캐주얼 RPG(역할수행게임) '그랑사가 키우기: 나이츠x나이츠'입니다. [편집자 주]
'키우기 게임'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전문이자 엔씨소프트 마저도 '리니지 키우기'를 제작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세븐나이츠 키우기', '버섯커 키우기'가 모바일 시장에서 잠깐씩이나마 매출 순위 상위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리니지' 형제들을 밀어내는 성과를 보이니 게임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IP(지적재산권)만 보유하고 있으면 한번쯤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그랑사가 키우기: 나이츠x나이츠'(이하 그랑사가 키우기)의 출시는 사실 다소 뜻밖이었다. 그랑사가 IP가 한때 주목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랑사가 IP 자체는 그리 못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후 운영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며 인기가 하락했고, 사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초기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던 광고 '연극의 왕'의 인기 덕에 인기를 끌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국내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에서의 인기가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IP가 안좋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IP의 인기를 후광으로 삼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실제 게임 출시 뒤 그랑사가 키우기의 인기는 나쁘지 않다. 27일 오후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4위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23위) 바로 아래, '세븐나이츠 키우기'(26위) 보다 위에 있다. 10위권에 머물러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출시 뒤 한달이 조금 못되는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쁘지 않은 성과다.
아쉬운 것은 그랑사가 IP의 인기 보다는 출시 하자마자 바로 진행한 '장송의 프리렌'과의 컬래버레이션 덕분으로 보인다는 점 정도일까.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IP와 합친다 해도 게임 자체가 재미없으면 게임이 인기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 일행의 후일담 판타지를 그린 장송의 프리렌은 연재가 시작된 지 1년도 안 지난 2021년 3월 기준으로 단 4권 만에 누계 부수 200만 부를 돌파, 2024년 6월, 누계 부수 2200만 부를 넘긴 만화와 이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IP다. 국내에서도 제법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그랑사가 보다 IP 영향력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배경을 중심으로 게임을 진행해 본 결과 딱 느낌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할 때 받았던 '이건 방치형이 아니다'라는 느낌 그대로였다. 물론 운영을 맡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에서 굳이 방치형이라고 설명한 적은 없지만, 일반적인 키우기 게임이 방치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방치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설명하자면, 게임 운영 방식이 빠르게 올라가는 레벨에 맞춰 캐릭터들을 계속해서 신경써서 키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레벨마다 '소모품 사용', '영웅 소환', '아티펙트 소환', '적 격파(0/5)' 등이 번갈아가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를 클릭하지 않고 놔두면 레벨이 올라도 레벨 업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방치해 두었다가는 레벨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꾸준히 눌러서 따라가 줘야 했다.
예를 들어 영웅은 총 7명을 게임에 투입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7명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1명, 그리고 레벨이 오를수록 투입할 수 있는 영웅의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웅의 투입 허용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레벨이 오르는 것을 직접 승인해줘야 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레벨업은 얼마나 빠른지, 하룻밤 방치하고 나면 100레벨이 올라가 있는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100레벨을 따라가려면 1시간 이상을 계속 '클릭질'을 해줘야 했다.
물론 이 과정이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계속적으로 보상이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MMORPG에 익숙해진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사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도파민을 많이 분비시키는 과정이 바로 '뽑기'인데, 사실 이를 위해 현금을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뽑기에 필요한 보석과 뽑기 카드가 '소모품 사용', '영웅 소환', '아티펙트 소환', '적 격파(0/5)' 등이 계속해서 공급된다. 소모품이나 뽑기에 필요한 일반카드가 부족하다면 채워줘 가며 클릭을 유도했다.
BM(비지니스 모델)은 매우 관대한 정책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였다. 게임 내 유료재화인 보석은 매우 빠르게 늘어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300번 영웅 뽑기를 위한 보석 3만 개가 하루에 2~3번은 채워진다. 가볍게 즐긴다면 적어도 보석을 사기위해 현금을 지불할 이유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영웅이 성장하는 것이 보이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계속해서 아무 생각 없이 클릭을 하게 된다. 키우기 게임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기자는 계속해서 게임을 붙잡고 있지는 못했지만 3일 정도를 진행했는데, 나중에 레벨을 보니 레벨이 400 가까이 올라가 있었고, 출진 가능한 7명의 영웅 모두 전설 등급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래픽도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 모두 살랑살랑 움직이는 2.5D로 제작된 것은 아니었지만 일러스트 수준은 높은 편이었고, 장송의 프리렌 케릭터들도 위화감 없이 잘 섞여있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임 진행 중 캐릭터들이 열심히 싸우는 장면은 이펙트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활동적이어서 보는데 지겹거나 하지는 않았다. 절전모드에서는 프리렌이 보물상자로 위장한 몬스터(미믹)에 먹혀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역시 게임 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였다.
결투장을 제외하면 경쟁 요소도 없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해도 큰 손해가 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내 캐릭터가 약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전혀 없었다.
물론 전혀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이 역시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비슷했는데, 바로 '광고'를 안보는 기능에는 투자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사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한번 클릭하면 1분 이상, 그것도 비슷비슷한 광고가 반복되기 때문에 짜증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므로 제대로 게임을 하려면 광고 제거 정도는 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기자는 이 게임 중 뜨는 광고 때문에 '버섯커 키우기'를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싫어질 정도였다.
게임 캐릭터마다 짧지 않은 배경 이야기가 붙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랑사가 IP가 좀 더 흥했더라면 더욱 애정을 갖고 읽어볼만한 내용들이었을 것 같아 아쉽기는 했지만, 적어도 제작사가 애정 없이 대충 만든 게임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 게임은 추천할 만 했다. 특히 출·퇴근길이 지겨운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캐릭터들이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클릭하다보면 내릴 곳이 가까워져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기자의 가장 큰 불만은 바로 게임을 켜 놓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시간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얼마 동안 이 게임을 진행했는지 알 수가 없어 퇴근 후 안사람에게 '안자냐'는 핀잔을 듣고는 했다.
다만 키우기 게임에 선호도가 낮은 게이머라면 당연하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게이머의 노력이 반영되는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방치형 게임의 전반적인 장점이자 단점이므로 이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공정하다 하겠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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