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꽉 채운 군장...45분 땡볕 얼차려·15분 방치

지환 2024. 6.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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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기회 없이 얼차려 진행…훈련 규정 어겨
'책 수십 권 꽉 채워'…비정상적인 완전군장 지시
중대장, 뒤늦게 연병장 도착…얼차려 직접 지휘
'선착순' 등 규정 어긋난 군기훈련 45분 진행

[앵커]

군기훈련, '얼차려' 도중 육군 훈련병이 숨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피의자인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수사 기록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조만간 재판이 시작될 텐데요.

신병교육을 책임졌던 20대 장교 두 사람의 사건 당일 행적과 앞으로의 쟁점을, 지 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군기훈련, 이른바 얼차려를 받은 6명은 입소한 지 열흘도 안 된 훈련병이었습니다.

얼차려를 처음 지시한 건 한 달 뒤 전역이 예정돼 있던 부중대장 남 모 중위.

사건 전날 취침 점호 이후 떠들었다는 이유로 훈련병 6명에 대한 군기훈련을 결정했고, 중대장에게 보고한 뒤 승인받았습니다.

군기훈련을 하려면 소명 기회를 주고 확인서를 받아야 하지만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입소한 지 얼마 안 된 훈련병들은 당시 보급품을 모두 지급 받지 못한 상태.

중대장은 완전 군장보다 가벼운 '가군장'을 지시했지만, 부중대장은 모포와 베게, 야전삽, 반합 등으로 군장을 싸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내무실에 있던 책 수십 권을 꽉 채워 넣어 25㎏ 비정상적인 군장을 만든 뒤 연병장 2바퀴를 돌게 했습니다.

중대장 강 모 대위는 얼차려 도중 뒤늦게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턴 직접 얼차려를 지휘했습니다.

군장을 메고 소총을 든 상태에서 연병장을 선착순으로 1바퀴 뛰게 한 뒤 팔굽혀펴기와 다시 연병장 뛴 걸음 3바퀴를 지시했습니다.

얼차려에 앞서 측정한 훈련병 6명의 체력검정기준 등급은 대부분 불합격 등급.

결국, 훈련병들은 28도 땡볕에 쓰러질 때까지 약 45분간 규정에 어긋난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초기 응급 처치가 지체된 것도 추후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박 모 훈련병의 경우 열사병 증세로 쓰러진 뒤 의무대에 옮기기까지 약 15분간 별다른 치료 없이 연병장에서 지켜본 상태.

열을 떨어뜨리는 초동대처가 가장 중요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뒤 의무대에 이어 속초와 강릉에 있는 민간 병원으로 잇따라 옮겨졌습니다.

사망 진단서에 기재된 최종 사망 원인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부검 감정을 통해 열사병에 따른 합병증을 유력한 사망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YTN 지환입니다.

촬영기자 : 홍도영

YTN 지환 (haj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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