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힘자랑`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 민생경제는 뒷전
2인체제 방통위, 직권 남용·위법
AI기본법 등 과학기술 발전 소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양곡관리법과 방송3법, 노란봉투법,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에 이어 김 위원장 탄핵까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여야 정쟁에 AI기본법 등 민생 경제 입법이 뒷전에 밀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속속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법안을 속도감 있게 제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쟁만 일삼느라 필수적인 기본법조차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는 이날 탄핵안을 제출하면서 "윤석열 정권은 잘못된 국정기조를 전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장악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에 경종을 울리고 총선에서 확인한 민심을 확고히 전달하기 위해 국회가 김 위원장의 탄핵에 나서는 것"이라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이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는 위법한 2인 의결, 부당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방심위의 관리소홀에 따른 직무유기, 국회 출석 및 자료요구 거부, TBS에 대한 관리소홀 등 다섯 가지다.
표결은 다음달 3~4일로 예정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대립해온 상황에서 야5당이 탄핵안을 던진 것이다. 야5당은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YTN 최대 주주 변경과 지상파 재허가 등 굵직한 안건들이 의결된 것이 위법이라는 입장이고, 김 위원장측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은 2인 이상 위원 요구가 있거나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한다. 여야는 25일 22대 국회 처음으로 의원들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를 열었지만 방통위 운영체제를 두고 정쟁만 벌였을 뿐, 방송산업 진흥이나 제도 개선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AI 관련 산업은 규제 자체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김성원·조인철·정점식·안철수 의원 등이 각자 AI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연구·개발 사업 지원, 국가인공지능센터 설치, 법적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도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과방위원들이 방송 3법 등을 고리로 거세게 충돌하느라 이들 법안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당시 총 12건의 AI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이 중 7건이 지난해 2월 과방위에서 병합돼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과방위가 방송3법 처리, 방송통신위원장·KBS사장 임명 등 방송 관련 사안으로 계속 파행돼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 결국 국회 임기 만료를 맞아 전부 폐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AI기술 개발을 위한 입법 지원 경쟁이 한창인 상황과 정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 각국은 AI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있다. 2020년 '국가 AI 이니셔티브'법을 제정해 AI 산업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미국은 지난달 비국방 AI기술 개발에 연간 최대 32억 달러(약4조4500억원)를 지출하는 'AI 지원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서 4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24억 캐나다달러(약2조4000억원)규모의 AI지원 패키지를 내놨다.
오순영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분과 위원은 전날(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공지능(AI)포럼 창립총회에서 "21대 국회에서 12개의 AI관련법이 발의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며 "22대 국회에선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칫 더 늦어지면 대한민국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AI가 없게 되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그냥 주는 대로 쓰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I포럼은 관련 산업 육성과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초당적 연구단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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