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임산부 5명 중 1명이 자연 유산 경험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유산은 임신 20주 안에 태아가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유산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게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많으나, 태아의 유전적 결함이나 산모의 기저질환,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테스트기의 상용화 이전에는 실제 유산으로 진단되지 않고 조금 늦은 생리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상황들이, 최근 임신에 관한 관심 증가와 임신테스트기의 상용화로 초기 임신 및 유산의 진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유산을 경험했다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산부의 건강은 물론 다음번의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 임신 20주 이전 태아 사망, 전체 임산부의 5명 중 1명이 자연 유산
유산의 정의는 수정란이 자궁 안에 착상이 되었으나, 태아 체중 기준 500g 미만, 임신기간 기준 20주 미만으로 태아가 생존 능력이 없는 상태로 자궁 밖으로 빠져나온 것을 의미한다. 유산은 80% 이상이 임신 3개월 이내에 발생하고 그 후에는 발생 빈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2018년 기준 유산 건수는 8만7339건, 출생아 수는 33만4115명으로 전체 임신 42만1454건 중 20%를 유산이 차지하고 있다. 2019년은 20%, 2020년 21%, 2021년 21%, 2022년은 20%를 차지해 임산부 5명 중 1명이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힐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태아에게 유전적 결함이 있는 경우, 산모의 급성 감염성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갑상샘 질환 등 기저질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흡연, 습관성 음주, 영양실조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자궁의 선천적 기형이나 골반염 등도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전 시행한 인공유산에 따른 후유증으로 생긴 자궁 내 유착이나 자궁경부의 이상도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외 정신적인 충격이나 심한 스트레스로도 유산은 발생할 수 있다.
유산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을 동반하는 질출혈이다. 요통이 생길 수도 있다. 유산이 진행되면 임신 초기의 메스꺼움이나 피로감, 유방 동통 등의 입덧 증상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증상이 없는 예도 있다.
절박유산은 임신이 확인된 산모에서 임신 1/3분기에 질출혈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질출혈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유산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이 중 50% 미만이 실제 유산으로 진행된다. 질출혈과 가벼운 복통이 있고, 초음파 검사 시에 아기집을 둘러싼 혈종이 확인될 수 있다. 절박유산의 경우에는 산모가 안정을 취하고 프로게스테론 보충 요법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임신을 지속하고 유산을 방지할 수 있다.
완전유산은 태아가 사망하고 난 후 태아와 태반 등이 모두 자궁 밖으로 나온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태아 또는 그 조직의 일부가 자궁 내에 남아 있는 상태는 불안전 유산이라고 한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수 주가 지나도 유산임을 인지 못 하는 예도 있다. 이를 계류유산이라 하는데, 초음파로 검사했을 때 자궁 내 아기집은 보이지만 아기집 안에 난황낭 및 태아가 확인되지 않거나,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되지 않을 때 진단이 가능하다.
계류유산이나 불완전 유산 경우에는 출혈과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출혈이 심하면 자궁 소파술을 통해 남아 있는 조직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자궁 소파술 후에는 소량의 질출혈과 하복부 통증이 일정 기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지속적이고 점점 심해지거나 처방받은 진통제가 듣지 않는 경우, 1시간 동안 대형 패드를 가득 적시는 출혈이 2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38도 이상의 고열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유전적 혈전성향증 습관성 유산 원인될 수도
습관성 유산은 3회 이상 유산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때 진단한다. 자궁 내, 임신낭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혈액 내 임신 수치만 상승했다가 혈액 내 임신 수치가 떨어지는 화학적 유산도 포함된다. 자궁 내 아기집을 확인한 경우가 연속적으로 두 차례 유산될 때도 습관 유산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습관성 유산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신경 써서 치료해야 하는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원인은 산모의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이며 두 번째 원인은 산모가 유전적으로 혈전을 잘 만드는 상태인 유전적 혈전성향증이다. 이 외에도 부모로부터 기인한 유전적 요인, 해부학적 요인, 내분비 요인, 감염 요인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해부학적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질 초음파 검사, ▷내분비 요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갑상선기능검사를 시행한다. 난소기능평가를 위해 월경 3일째 난포자극호르몬(FSH), 에스트리올(estriol) 수치 검사, 프로락틴 수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면역학적 요인 확인을 위해 항카디오리핀 항체(anticardiolipin antibody), 루푸스 항응고(abticoagulant lupus) 검사를 6~8주 간격으로 2회 시행한다. ▷혈전성향증 확인을 위한 활성단백질 C 저항성에 대한 선별검사 및 ▷부모 및 유산 태아에 대한 염색체 검사도 시행될 수 있다.
유산의 원인이 해부학적 구조 이상으로 초음파상, 내막 내에 유착이 보이거나 점막하 근종이 보일 때에는 자궁경을 통해 교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내분비 요인에 의한 유산으로 갑상선저하증이나 고프로락틴혈증 등이 보일 때에는 약물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조절되지 않은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습관성 유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신 전 당뇨 조절이 중요하다. 항인지질항체 증후군이 원인이면 다음 임신 초기부터 아스피린이나 헤파린을 쓰는 것이 유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전성향증 경우라면 항혈전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나 필요한 정확한 용량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불충분하다. 유전적 문제라면 착상 전 유 전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이 된 후에 유산 당시 임신 수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7일에서 60일 사이에 임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편승연 교수는 "유산 후 빠르면 2주 후부터도 다음 임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산 후 바로 임신은 권유하지 않는다. 2분기 유산의 경우 유산 후 바로 임신할 때 유산이 다시 생기거나 조산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정 기간 피임하는 것이 좋다."라며 안정의 필요성을 말했다. 편 교수는 "임신 초기 유산의 경우에는 특별한 안정기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유산 후에 감정 기복이나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다음 임신 위해 기저질환·생활습관 관리 중요, 불법 약물 멀리해야
유산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에 유산을 방지할 방법 역시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유산 후 관리와 다음의 임신을 위한 산전 관리는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며 금연, 금주, 과도한 카페인 복용도 삼가야 한다. 만약 당뇨약이나 혈압약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하여 호르몬 치료 및 혈당,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편승연 교수는 "중요한 것은 정체불명의 유산약 또는 임신 중절 약을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구매해서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가짜 약이 유통되는 일도 있고 잘못 복용할 때는 복통과 다량의 질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불법 유통되는 약물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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