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배 아프다는 아이, 변비 아닌 ‘이것’ 때문일 수도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 처음에는 단순한 소화 불량이나 변비 등의 일시적 현상으로 인한 통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2~3개월이 지나도록 여러 차례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개선이 잘 되지 않는다면 ‘만성 반복성 복통’, 즉 ‘만성 복통’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 복통이 발생하면 통증이 오랜 시간 지속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는 만큼 아이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만성 복통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아의 만성 복통, 원인 질환 유무 확인해야
만성 복통은 4~16세 사이 소아·청소년 가운데 약 10~15%가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신생아나 생후 2~3개월 된 아기가 특정 원인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울고 짜증을 내는 ‘영아 산통(배앓이)’과는 발병 연령대에서 차이가 난다.
만성 복통은 원인에 따라 크게 ‘기질성 복통’과 ‘기능성 복통’으로 구분된다. 기질성 복통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급성 맹장염 △위장관 감염 등 구체적인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말 외에도 △다른 부위에 나타나는 연관통 △혈변 △구토 △국소적인 통증 부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특정 질환에 의한 기질적 복통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러한 기질성 복통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전체의 10% 내외로 적은 편이다.
만성 복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능성 복통은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로,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예민한 위장 △가스로 인한 복부 팽창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경우 주로 배꼽이나 명치 주변에서 반복적인 통증을 느끼며,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가라앉다가도 며칠, 혹은 몇 주 후에 금세 다시 같은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아이가 장기간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잘 감별해 봐야 한다. 병원에 가면 아이의 복통 양상과 기간 등의 병력을 들어 보고, 복부 초음파 등을 시행해 장의 상태를 확인해 보거나 아이의 심리 상태를 감별하기 위한 평가가 시행된다. 이를 통해 혹시 아이의 소화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질환이 없음에도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원인 질환 없다면 대증치료와 심리치료 필요…생활 속에서 복통 줄이려면?
검사 결과 아이가 기질성 복통으로 진단됐다면, 원인 질환에 따라 즉각적인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급성 맹장염을 방치하면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즉시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의 만성질환이라면 지속적으로 복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면 어린 나이라고 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기능성 복통이라면 아이마다 느끼는 증상에 맞게 치료하는 대증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감으로 인해 복통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만큼 아이의 심리 상태를 개선하는 심리치료와 인지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렇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복통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은 만큼, 원인 질환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의 복통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만성 복통이 있는 아이의 식단을 구성할 때는 ‘포드맵(FODMAP)’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포드맵은 식이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발효돼 복부 팽만감을 유발하는 △발효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당알코올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보리 △호밀 △사과 △치즈 △우유 △탄산음료 △양배추 등의 고포드맵 음식 대신 △쌀밥 △오이 △당근 △호박 △유당 제거 우유 △바나나 △딸기 등의 저포드맵 음식을 선택하면 복부 팽창으로 인한 복통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아이의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가 차가우면 배에 있는 ‘복직근’이 수축하면서 근육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위장관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지면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소화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면서 이불을 차는 습관이 있다면 보호자가 수시로 이불을 덮어 주고, 옷을 입힐 때도 배가 완전히 가려지는 옷을 입히는 것이 좋다.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의 배를 만져 봤을 때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진다면 데운 수건이나 물주머니로 수시로 온찜질을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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