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공통QR 규격 나왔다···모바일 결제 주도권을 잡아라
#식당에서 계산을 하려던 A씨는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급히 신용카드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봤지만, 이 식당은 A씨가 사용하는 휴대폰 기종·카드사 앱에서 현장결제를 지원하는 가맹점이 아니었다. 카드사마다 QR결제 규격이 달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씨가 겪은 곤란이 차츰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8개 카드사(롯데,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들이 각 사의 QR결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공통규격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27일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이달부터 우리·NH농협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가 공통QR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일단은 하나로마트·이디야커피 등 5개 가맹점에서 시작해 점차 사용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구축한 공통규격은 글로벌 표준인 EMV QR코드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결제도 앞으로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통QR규격을 둘러싼 카드사들의 이 같은 ‘단결’은 실물카드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가는 지급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결제액 가운데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50.5%로 실물카드 결제 비중(49.5%)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모바일 결제에 주로 사용되는 간편결제 이용규모의 61.1%는 신용카드와 연동된 결제였지만, 이 비중은 2020년 65.9%, 2021년 64.4%, 2022년 62.8% 등 꾸준히 줄고 있다. 모바일 결제에서 신용카드의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공통QR 규격 적용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모바일 카드 결제의 문턱을 낮춘다는 복안이다. 그간 카드사들은 각사의 QR규격에 맞춘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여왔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가맹점 역시 여러 카드사의 QR결제 단말기나 시스템을 적용하는 대신 공통 시스템만 도입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통 규격을 도입한 가맹점에선 휴대폰 기종이나 사용하는 카드사와 상관없이 손쉬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진다.
다만 완벽한 단일대오는 아니다. BC카드의 경우 이미 2018년부터 EMV 기반의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구축해 현재까지 20만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로, 이번 공통 규격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
간편결제사들의 반응도 미온적이다. 지난해 5월 카드사들과 함께 공통QR규격 개발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던 카카오페이는 정작 발을 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인 QR 결제망을 구축한 상태”라면서 “사업상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공통QR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C카드의 QR 결제망을 사용하는 네이버페이도 따로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미 삼성페이 등 모바일 기기 기반 간편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QR코드를 활용한 앱 결제에 얼마나 호응할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국내 한 편의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터치나 삽입형 방식의 카드결제 비중은 96.58%에 달하는 반면 QR코드를 활용한 결제는 3.42%에 불과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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