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심의시한 마지막 날…'업종별 구분적용' 이견에 한 발도 못 뗀 최저임금
노동계 "현 최저임금 생계비도 안돼…구분적용 무책임한 주장"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노사가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폭과 관련한 논의는 입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부터 6차 전원회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날 최소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본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부터 '업종별 구분적용' 문제로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은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가진 OECD 30개국 중 20개국은 업종, 연령별로 구분적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노동시장 수용성이 저하된 상태로 2019년 한 해에만 실질적인 임금 상승률은 33%에 달한다. 일부 업종 중심으로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해 온 관례를 벗어나야 할 시점"이라며 "대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내년부터는 구분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사용자위원(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구분적용이 이뤄지면 일부 업종이 낙인효과를 받아서 구인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채용하려는 소상공인은 경영상황이 괜찮은 상황으로 임금 상승으로 인한 폐업률이 더 큰 고민"이라며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 등은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최저임금을 크게 초과하는 임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위원은 "구분적용 대상으로 언급되는 일부 취약업종의 생계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한 기업이 지불능력이 낮아진 것은 노동생산성과 경영 생산성이 함께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생계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 문제로 근로장려금 소득 상한 확대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위원들은 입을 모아 지급능력이 취약한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한 구분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을 '사용주로서 무책임한 주장'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인상범위를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미선 근로자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어떤 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경제생태계가 무너져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차등적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고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최저임금 노동자가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받는 실수령액은 월 평균 185만 원으로 비혼 단신 노동자의 월 실태 생계비는 246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경영이 어려운 이유는 임차료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수백만 명 노동자들의 가뜩이나 적은 임금을 더 깎으면 이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믿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류기섭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적용은 다른 차별의 사회로 진입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이자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저임금 노동자는 최근 몇 년간 저율의 최저임금 인상과 고물가 상황으로 생계유지에 한계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쓸 돈이 없어 지출을 줄이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생계안정을 위한 심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류 위원은 "‘히트플레이션(heat+inflation)’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올여름 예고된 폭염에 따른 식량 가격 폭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생계비 부담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제 앞을 내다보며 이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지 않도록 최저임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으로 한국노총은 합리적인 수준의 요구안이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표결로 업종별 구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가 표결에 부쳐 부결된 바 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이날까지로 최종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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