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영화·노래 유포 22살 공개처형”…통일부 ‘북한인권보고서’ 펴내

탈북자 증언 실어…정부가 두번째 발간
배우 유지태씨 ‘북한인권홍보대사’ 위촉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장관실에서 배우 유지태씨(왼쪽)를 ‘북한인권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통일부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22살 청년을 남한 영화·노래 동영상을 보고 주변에 유포했다는 이유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공개처형했다는 탈북민의 증언을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수록했다고 27일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2024 북한인권보고서’(보고서)를 발간하며 “최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공개처형한 사례를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 보고서에 수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고서엔 “22살 농장원”이 “괴뢰놈들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2022년 황해남도 ○○군 광산”에서 “공개처형”되는 모습을 직접 봤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실려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외부정보로부터 주민들, 특히 청년층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3대 악법’, 곧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을 내세워 교양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동향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검열해 주민들이 주소록에 ‘아빠’ ‘쌤’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쓰는지 단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행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행위 등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정부가 발간 주체로 나선 두번째 북한인권보고서다. 지난해 보고서에 인용된 탈북민 508명에 더해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김선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은 “새로 증언이 추가된 141명의 탈북 시기는 1986년부터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데, 2017년 이후만 추리면 42명”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유지태씨가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7층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 이제훈 기자

한편, 통일부는 배우 유지태씨를 ‘북한인권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유씨는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탈북민 증언 중심으로 압축·편집한 ‘영상보고서-세상에서 가장 슬픈 증언’의 내레이션도 맡았다. 유씨는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계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사람이라면 북한 인권에 대해 한번씩은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지태씨는 지난해 중국내 여성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 ‘안까이’를 제작했고, 2022년엔 넥플릭스 영화 ‘종이의 집’에서 북한 출신 교수 역을 맡았다.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통일부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