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교과서 '정설' 뒤집었다…곤충 혈구세포도 산소 전달 관여

이병구 기자 2024. 6. 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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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곤충의 산소 호흡은 외부와 연결된 숨관에서 일어나는 기체 확산에 의존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생물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정설이었다.

국내 연구팀이 초파리 체내의 혈구세포도 우리 몸의 적혈구처럼 산소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곤충의 호흡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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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 유충에 있는 크리스탈세포가 인간의 적혈구처럼 산소를 운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금까지 곤충의 산소 호흡은 외부와 연결된 숨관에서 일어나는 기체 확산에 의존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생물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정설이었다. 국내 연구팀이 초파리 체내의 혈구세포도 우리 몸의 적혈구처럼 산소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곤충의 호흡과 진화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심지원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산소를 전달하는 원리를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고 27일 밝혔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생명 활동에 산소가 필수적이다. 그중 곤충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외부와 이어진 '숨관(Trachea)'을 통한 기체 확산에 의존할 것으로 생각됐다. 숨관을 통한 호흡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곤충 몸속을 흐르는 혈구세포가 산소를 운반하도록 진화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하지만 수생 곤충이나 거대 곤충이 숨관으로만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지는 확실히 밝혀진 적 없었다.

연구팀은 초파리 유전학과 이미징 기법을 사용해 크리스탈세포가 산소 호흡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크리스탈세포는 초파리 몸에 있는 세 종류의 골수성 혈구세포 중 하나다. 

초파리의 크리스탈세포를 송진이 화석처럼 굳은 '호박'과 합쳐서 표현한 그림. 심지원 교수 제공

산소분압 변화에 따른 혈구세포 움직임을 실측영상으로 촬영한 결과 혈구세포들은 숨관과 혈장 사이에서 방향성 있게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탈세포의 이동이 산소농도에 따라 세포 내 단백질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페놀 산화효소(PPO)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초파리 유충의 크리스탈세포 또는 PPO를 제거하자 유충은 산소가 충분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초파리처럼 자랐다. 

연구팀은 "초파리 유충은 대부분 먹이 속에 파묻힌 형태로 사는데 이 시기에는 숨관에 의존한 호흡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파리 유충의 발달과정에서 크리스탈세포에 의한 산소전달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초파리 같은 곤충의 혈구세포가 직접 산소전달을 할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교과서에 있는 학계 가설을 뒤집는 결과다. 혈구세포가 곤충에서 면역기능과 산소 호흡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심지원 교수는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체내 산소분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최초로 규명한 본 연구는 생물학 교과서를 바꿀 내용"이라며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동물의 호흡 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연구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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