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찬 한의협 회장 "한의사 엑스레이 못 찍게 하면 국민만 피해"
"한의사에게 엑스레이(X-ray)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예방 접종도 못 하게 하는 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입니다."(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한의협은 이날 '의사 파업 시 일차의료 공백을 대비하기 위한 대한한의사협회 정책 제안'이란 주제와 함께 네 가지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해당 정책으로는 △의료취약지에서 한의과 공중보건의(공보의)의 역할을 확대할 것 △한의사의 진단기기 활용 행위에 대해 급여화할 것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 권한을 부여할 것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할 것 등이다.
한의협에 따르면 한의과(한방) 공보의는 2015년 1026명에서 지난해 105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반면 의과(양방) 공보의는 같은 기간 2239명에서 1434명으로 805명(36%)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5월 전국 1217개 보건지소 중 28%(340개소)에 의과 공보의가 없어, 의과 공보의 1명이 3~4곳을 돌며 진료하고 있다는 것.
이에 윤성찬 회장은 "이번 의사들 집단파업으로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은 휴진율이 각각 90.91%, 79.17%로 수도권보다 읍면 지역 주민의 건강권이 특히 더 침해받았다"며 "한의과 공보의를 대상으로 4주 동안만 직무교육을 실시한다면 의료취약지에서 안정적으로 의료 공백을 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이를 위해 보건진료소의 보건 진료 전담 공무원이 갖는 처방 의약품 등 진료권을 한의과 공보의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들은 법원의 유권해석과 판시에 따라 혈액·소변검사기, 초음파진단기기, 체외진단키트를 사실상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 진단기기를 사용해도 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의사 파업에 따른 일차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해야 하니 급여화는 필수"라며 "정부에서 급여화에 대해 속도를 내 달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과(양방)와 마찬가지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친 한의과 전문의들은 일차의료뿐 아니라 2차, 3차 병원에서 수술·진료받은 중증 환자를 입원실에서 돌보며 관리하는 일도 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엑스레이·CT(컴퓨터단층촬영) 같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료법 하위 법령인 보건복지부령에 따르면 이들 장치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가 관리해야 하는데, 그 자격에 의사·치과의사·방사선사·치과위생사(실무경력 3년 이상)와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실무경력 1년 이상)만 포함한다. 한의사가 한의원에 엑스레이를 들일 수는 있어도 작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윤 회장은 "이런 제도 미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환자가 이중으로 진료비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발목이 삔 건지 부러진 건지 몰라 한의원을 찾아간 환자는 진찰료(초진) 1만5020원을 내지만,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어 다시 동네의원을 찾아가 엑스레이를 검사하면 진찰료(초진) 1만7610원에 검사료 1만원이 든다. 이후 환자가 검사 결과를 들고 다시 한의원을 찾아가면 진찰료(재진) 9480원에 처치료 1만원을 내게 돼, 총 6만211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엑스레이를 검사할 수 있게 한다면 동네의원에서의 진찰료(초진), 다시 찾아간 한의원에서의 진찰료(재진)인 2만7090원을 아낄 수 있고, 3만5020원만 내면 된다는 것.
윤 회장은 "한의원에서 발목염좌 등을 진단하려면 엑스레이 사용은 필수적"이라며 "이런 진단의 공백은 환자에 대한 한의원의 진료계획에도 차질을 주므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에 대한 법령(보건복지부령)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윤 회장은 "예방접종을 의사가 독점하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2015년 노인 인플루엔자 사업 참여를, 2021년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며 예방접종 권한을 한의사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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