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진 `사업재편` 구상… 키워드는 `투자·질적성장`

SK 서린빌딩. SK그룹 제공

SK그룹이 이달 말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질적 성장을 위한 '리밸런싱' 전략 구상에 나선다. SK그룹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분야에만 사상 최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최태원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한 이번 회의에서 자금 확보와 조직 최적화를 위한 포석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미래 성장사업 투자·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등을 집중 논의한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경영전략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석하며 최 회장은 현재 미 출장 중으로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는 이 회의에서 경영진들은 인공지능(AI)·반도체를 필두로 한 미래 성장사업 분야의 투자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과 방법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앞으로 2~3년 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K CEO들은 이를 위해 연초부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강화,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배터리·바이오 등 다가올 미래의 성장 유망 사업들도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안들을 의논하기로 했다.

쟁점은 집중 육성하는 미래 사업의 방향성과, 이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 방안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AI를 중심으로 바이오, 반도체 등의 사업에 주력하면서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배터리 사업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일환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독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클로케 그룹과 과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전문 회사 IDT 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을 맺고, 신주를 포함해 회사 지분 60%를 339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일에는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 지분 100%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으며, SK네트웍스는 매각 자금을 AI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데 투자해 2026년부터 성과를 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설이 나오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외에도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매각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거나, SK온을 SK엔무브 등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상장을 추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2021년에는 SK지오센트릭 매각설이 떠돌기도 했다.

SK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회사의 고유의 경영체계인 SKMS 실천·강화를 위한 토론도 집중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다. CEO들은 SKMS 의제를 올해 지속과제로 삼아 오는 8월 이천포럼과 10월 CEO세미나 등 에서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