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주러 한국대사에 ‘대결 노선 재검토’ 적반하장 요구
韓 “러시아 실수 말라” 맞대응
주북 러 대사, 평양 반미집회 참석
반미전선 부각 북러협력 당위성 주장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대사와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19일 북한에 방문한 것을 두고 한국 고위급 인사들이 용납할 수 없는 반러시아 발언을 했다”며 이번 회담의 배경을 설명했다. 루덴코 차관은 한국 정부에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는 한국 당국이 한반도 상황의 고조를 촉발하는 본질적인 대결 노선을 재검토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며 효과적인 화해의 길을 찾는 길을 택할 것을 촉구했다”며 “회담에서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건설적 협력관계를 파괴한 책임이 한국의 현 지도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북·러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조성한다는 비난은 근거가 없다”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봉쇄하고 패권을 유지하려 국제 사회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경우 한·러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법률포럼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한국의 성급한 조치에 대해 경고하고 싶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는 한국 무기와 군사장비가 러시아 영토 공격과 평화로운 민간인 살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신(新)나치’로 넘어가는 것을 무관심하게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한러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외교당국의 잇따른 강경 발언에 우리 정부도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러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러시아 측이 실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러시아 측이 북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답게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끌어올린 북·러는 반미 전선을 부각하며 국제 사회에 양국 우호관계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반미 집회에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참석한 것도 북·러의 의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미 집회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함께 “이곳 반미시위를 위해 평양 시민 14만명이 집결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 군중집회’ 소식을 알리며 북한 주재 외교단도 참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참가국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마체고라 대사와 레바빙 주북한 베트남 대사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에서 반미 군중집회에 북한 주재 외교단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마체고라 대사가 스스로 반미 집회 참석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러의 반미전선 공고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은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니카라과가 북한에서 외교 활동을 시작한 사실도 공개했다. 니카라과는 지난해 7월 북한과 상호 대사관 개설에 합의했지만 지난 4월 재정난을 이유로 한국 대사관을 철수하면서 북한 대사관 설치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주북한 니카라과 대사 부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최태원 회장 동거인 “오해와 비난 알지만…지금은 때가 아니다” - 매일경제
- “오후 4시20분, 경계 경보 발령”...적색비상 뜨자 직원들 초긴장 - 매일경제
- “공중에서 짝짓기하는 너희들 때문에 피해 극심”...서울시민들 스트레스 호소 - 매일경제
- “미성년자라도 사형해라”…8세 여아 살해한 10대 청소년 두고 中 ‘들썩’ - 매일경제
- 허웅 측 “전 여친, 두 번의 임신·낙태 빌미로 금전 요구” - 매일경제
- [속보] 볼리비아軍, 장갑차로 대통령궁 집입…“쿠데타 진행중” - 매일경제
- “37세 연봉 7000만원 키 176㎝”…요즘 남편감 이정도 돼야 - 매일경제
- 부상당한 아군 사살한 러시아군…“인간 생명 노골적으로 무시” [영상] - 매일경제
- “숱 없는 남자들의 구세주”...잠들기 전 ‘이것’ 쓰니 머리카락 ‘쑥’ - 매일경제
- ‘임신→낙태 2회’ 허웅, 전 여자친구 고소…“공갈미수 및 협박, 그리고 3억원 요구했다” -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