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세브란스 무기한 휴진…참여율 낮지만 계속되는 의료공백 불안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으나 대부분 교수들이 정상적으로 진료를 유지했다.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멈추는 듯했던 대학병원들의 집단휴진 움직임이 다시 재개된 것으로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27일 세브란스병원과 병원 노조 등은 이날 외래 진료가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5~10%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병원 측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이날 병원 건물 안팎에는 “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예정대로 무기한 휴진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이날부터 일반 환자의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및 시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입원 병동과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필수분야의 업무는 그대로 유지되며, 휴진 동참 여부는 교수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
당장 큰 혼란은 없더라도, 의료계 집단휴진 움직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아산병원도 다음달 4일부터 예정대로 집단휴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주요 대학이 집단휴진 철회를 결의한 이 마당에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집단행동”이라며 “연세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궤변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또다시 집단 휴진이 강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세브란스병원의 집단 휴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에 더욱 힘쓰는 한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점검·보완해나가기로 했다.
의·정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사태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 전공의들은 여전히 미복귀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정부와 의료계 간에 의대 증원과 전공의 행정처분 놓고 입장차는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도 “2025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결정됐기 때문에 협의의 대상이 아니며,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정당한 행정 변경이기 때문에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은 아직까지 올특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92개 환자단체는 오는 7월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휴진 예고는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며 “의료공백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는 갈등 양상에 환자단체들은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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