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혁명의 주인공, 이제 반도체·인프라서 `소프트웨어`로 바뀔 때"

안경애 2024. 6. 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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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KAIST서 석사학위·박사학위 취득한 SW·ICT 전문가
"인터넷·모바일 뜨면서 웹·자바에 치우쳤던 SW교육·인력
운영체제·컴파일러·시스템 프로그래밍 등으로 확장해야"

"챗GPT, 제미나이 같은 거대 인공지능(AI) 기반모델은 골프에 비유하면 드라이버예요. 성능이 뛰어나고 규모도 크니 폼 나고 멋있죠. 그런데 '골프에서 돈 되는 것은 어프로치와 퍼팅'이라고 얘기하듯이 AI에서도 돈은 경량모델과 온디바이스 모델이 될 겁니다."

김형철(61·사진)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장은 "이제 AI 전략의 또 다른 장을 열어야 한다"면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쏠림이 심하지만 새롭게 열리는 장의 주인공은 SW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W정책연구소는 국가 SW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정책연구 전문기관이다. 김 소장은 AI 열기가 뜨겁던 1988년 KAIST에서 AI로 석사학위를 따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관련 연구를 하다 KAIST에서 멀티미디어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SW·ICT 전문가다. 나다텔, 씬멀티미디어 등 기업 기술임원과 국가기술표준원 표준 코디네이터를 지냈다.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프로그램매니저(PM)를 맡아 SW·클라우드·자율주행차 관련 R&D 전략과 프로젝트 기획을 주도하는 한편 정부정책 수립에도 참여했다.

수십년간 AI의 부침을 지켜봐 온 김 소장은 그동안 'AI는 장기전'이라는 소신을 지켜왔다. 대학생 수준의 판단력을 가진 AI는 수십년 있어야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수년 전까지 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생성형 AI 열기는 그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지난 21일 만난 김 소장은 "이제 때가 왔다. AI가 비즈니스모델로 영글어질 때"라면서 "AI 시대에는 단일 기업이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반도체부터 AI모델, 클라우드, AI서비스까지 버티컬로 연결하는 협업 생태계가 필수"라고 밝혔다.

최근 AI에 대한 관심은 열풍에 가깝지만 AI로 돈을 버는 기업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기업 정도다.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같은 AI 모델 기업들은 강하고 빠르고 거대한 기술을 연일 내놓으며 '체급' 자랑을 하고 있다. AI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들은 엔비디아 반도체를 기다려가며 사서 먹음직스러운 'AI 레시피'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현재 반도체에 쏠려 있는 AI에 대한 관심이 점점 솔루션과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AI모델이 아무리 강력해도 결국 승부는 서비스와 솔루션에서 가려질 겁니다. 엔진이 아무리 크고 힘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완성품이 못 되죠."

"오픈AI가 AI 모델을 바탕으로 확장 서비스를 개발해도 결국 산업과 생활 곳곳을 파고드는 '딜리버리 서비스'는 만들지 않을 것이고 만들 수도 없을 것"이라는 김 소장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후 모바일앱이란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듯이 AI도 앱 생태계가 궁극의 부가가치와 '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애플이 오픈AI와 손잡고 자사 생성형 AI 플랫폼에 '챗GPT 4-o'를 탑재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세일즈포스가 각각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과 솔루션 고객들이 다양한 AI모델을 연결해 쓰도록 지원하는 접근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AWS는 지난해 생성형 AI 전략을 발표하면서 대형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하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겠다고 했어요. AWS는 클라우드로 돈을 버는 회사이니 고객이 오픈AI, 구글 등 어떤 AI도 편하게 골라 쓸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죠.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애플이 여러 AI기업과 손잡는 전략도 '신박'하다고 김 소장은 평가했다. 그는 "애플이 완전히 '엎어치기 한판'을 한 것이다. AI모델 기업은 여러 벤더 중 하나이고, 디바이스와 고객을 가진 애플은 이를 연결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세일즈포스 역시 LLM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고객관계관리(CRM) 고객을 위한 LLM 테스트 기준을 만들고 최적의 AI를 추천하는 접근을 펴는데, SW와 원래 하던 사업을 중심에 두고 LLM을 '옵트인'하는 이런 전략을 국내 기업들도 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솔루션 기업들도 기존에 잘 하던 사업과 솔루션을 생성형 AI와 잘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고객이 어떤 AI를 써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안내해야 한다는 것. 특히 그 과정에서 관건은 SW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김 소장은 짚었다. 지금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족해서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발을 구르지만 앞으로는 SW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생성형 AI에 대한 쏠림이 강해지니 SW기업들이 '우린 뭘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의 승부는 핵심 비즈니스에 AI를 접목해서 어떻게 가치를 높이느냐에서 가려질 겁니다. 국내 SW기업들이 착안할 필요가 있어요."

김 소장은 "이제 AI는 단순히 챗봇처럼 말을 유창하게 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엔비디아조차 강력한 SW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저전력·고성능이 강점인 차세대 AI반도체도 그 안을 들여다 보면 결국 SW"라며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이 뜨면서 웹과 자바에 치우쳤던 국내 SW교육과 인력도 운영체제, 컴파일러, 시스템 프로그래밍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인력은 많이도 필요 없지만 없으면 안 됩니다. 투자도 교육도 균형감을 놓치면 급할 때 구멍이 드러납니다. 손 놓고 있다가 새벽 인력시장에 가서 일용직 근로자를 구하듯이 컴파일러 전문가를 구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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