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해하려는 총리, 막으려는 부총리···클래식과 올드함 사이 ‘돌풍’
오는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은 모처럼 나온 정치 드라마다.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의 대결을 그린다. ‘권력 3부작’으로 불리는 SBS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2012), <황금의 제국>(2013), <펀치>(2014)의 박경수 작가가 쓰고, 영화 <방법>의 김용완 감독이 연출했다. 박 작가의 7년 만의 복귀작이자 설경구의 30년 만의 안방 극장 컴백작이기도 하다.
언론 시사로 미리 공개된 1~2회에서는 정치 보복으로 궁지에 몰린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가 부패한 대통령 장일준(김홍파)을 암살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권한대행이 되어 긴급 체포 위기를 넘긴 박동호는 망가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4주 간의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이 박동호를 막기 위해 나선다. 정수진은 굴지의 대기업 대진그룹의 부회장 강상운(김영민)과 결탁한 타락한 정치인이다.
한 회차 안에서도 공수가 여러 번 바뀌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속도감 있는 전개가 특징이다. 한국 사회 지배 권력의 속성을 해부해 온 작가의 작품답게 정치인, 검찰, 재벌의 암투가 펼쳐진다. 별다른 배경 설명 없이 빠르게 사건이 진행되는 탓에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빈틈을 채운다.
감독이 주안점을 둔 것은 ‘클래식함’이다. 김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영상적인 기교보다 작품에 집중했다”며 “클래식한 느낌의, 오랫동안 사람들이 명작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리 엿본 <돌풍>의 초반부는 클래식과 낡음 사이를 오간다. 드라마 본편만큼 멋진 오프닝 시퀀스로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최근 OTT 시리즈들과 달리 <돌풍>의 도입부는 옛 지상파 드라마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기죠. 정치가 그래요.” “여기가 나의 현충원이다.” 주로 박동호와 정수진의 입을 통해 나오는 묵직한 대사는 때때로 부담스럽다.
‘부패한 권력과 재벌’ 대 ‘정의로운 세력’의 대결로 설정된 선악 구도는 그 자체로 단순하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 몰락 이후 한국 사회가 목격한 2010년대 후반~2020년대의 여러 풍경과 겹쳐지면서 공감보다 위화감을 빚어낸다. 박경수 작가는 “초인이 답답한 세상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드라마”를 쓰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1~2회가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것은 현실 전복의 쾌감보다 현실 정치를 볼 때의 피로감에 가깝다.
<돌풍>은 총 12부작이다. 클래식이냐 낡음이냐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틀 기회가 열 번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28일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공개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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