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대응 국가 컨트롤타워 첫발…동해 석유에 기금 쓰나
‘경제안보 품목’ 300여개 관리…기금 5조 투입
공급망 기금, 동해 심해가스전 투입될 가능성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안보와 직결된 핵심 품목을 관리하는 국가 컨트롤타워가 출범했다. 정부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경제안보 품목’을 200여개에서 300여개로 늘리고, 5조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민간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가스전 시추에도 투입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은 이날 시행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안정화법)에 따라 향후 3년간(2025∼2027년)의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등으로 부각된 공급망 불안에 자원 관련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커지자,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여 국가 기본계획 수립 수준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 공급망 전반 관리…동해 심해가스전 지원도 검토
정부는 우선 경제안보 확보를 위해 관리하는 대상 품목을 현행 200개에서 300여개로 확대한다. 기존에 공급망 리스크를 드러낸 요소와 흑연·리튬 등을 비롯해 제조업과 방산, 민생분야 관련 품목을 경제안보 품목에 대거 추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품목은 외부에 취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인 물류와 사이버보안 분야는 서비스 분야로 새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원료나 장비 등이 아닌 주요 해운거점 터미널이나 항공물류 인프라도 공급망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품목과 서비스의 지정기준을 체계화해 매해 검토하며 목록을 갱신할 방침이다.
경제안보 품목·서비스 안정에 기여하는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공급망 안정화 기금 5조원도 8월부터 가동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선도사업자 신청을 받아 8월 중 선정한 뒤, 이들에게 3~5년간 우대금리 적용 등 금융 지원에 나선다. 기금 내 적정 손실허용한도를 배정하고, 대출 관련 면책제도도 마련해 해외광산과 같은 고위험 사업 지원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가스전 시추 프로젝트에 기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공급망 전략을 구상할 때 국내 자원 개발은 염두에 두진 않았다”면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하는 이슈인 만큼 석유 탐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주력 산업 기술 주도권 확보에도 재정지원
국내에서 공급 대란을 겪었던 요소 등 핵심 물자에 대한 비축을 늘리고 국내 생산도 검토한다. 차량용 요소는 현행 30일 분량에서 80일 분량으로 비축량을 늘리고, 국내 생산 방안을 검토한다. 흑연과 무수불산 등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을 위한 재정 지원도 검토한다.
반도체·차세대원자력·우주항공 등 주력·미래 산업분야의 기술 국산화도 지원하고, 공급망 핵심기술 연구개발(R&D)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만 하더라도 핵심기술이 역전되면 국내에 생산 공장이 있어도 무의미해진다”며 “중장기적으로 재정지원을 늘리고 알앤디 투자세액 공제 대상에도 추가로 담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 역량 확충 차원에서 경제안보 품목 관련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고, 핵심 광물 등 해외 자원을 취득할 때 투자세액공제 지원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는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해 자원 개발에 참여할 경우 자회사에 단독으로 100% 출자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현지 사정상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런 지분 요건을 완화해 준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 영업비밀의 유출 방지를 위해 외투기업(해외기업 국내 자회사)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상목 부총리는 “공급망위원회는 하반기에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며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품목에 대해 자립화와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정부 지원과 모니터링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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