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zine] '보헤미아' 체코의 숨은 매력 ① 음악과 자유가 넘치는 프라하
(프라하=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프라하는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천문시계탑 앞에서는 많은 사람이 매시 정각 인형들이 시계 정면의 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를교 위와 프라하성에도 관광객이 넘쳤다.
굴뚝 모양의 길거리 간식 '굴뚝빵'을 파는 가게에도 사람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마침내 프라하의 봄이 다시 온 듯했다.
자유를 만끽하는 프라하 젊은이들의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프라하 강변과 시내에서는 고색창연한 트램들이 달린다.
트램의 모습은 특히 해 질 녘에 더욱 아름답다.
뾰족한 교회 첨탑을 배경으로 달리는 트램들의 모습은 체코를 다시 한번 방문하게 하는 힘이다.
프라하에 다시 찾아온 봄 그리고 음악제
첫 번째 일정으로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 올랐다.
때마침 날씨가 청명해 교회 첨탑 뒤로 푸른 하늘과 구름이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저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올해로 79회를 맞이한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의 음악 소리다.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프라하의 봄은 밀폐된 공간의 대명사였던 음악 축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매년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열리는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 축제는 프라하의 참모습을 나타내줄 수 있는 세계적인 음악제로 손꼽힌다.
축제 기간 모두 50회의 콘서트가 열릴 만큼 풍성한 프로그램이 장점이다.
올해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특별했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탄생 2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스메타나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는 1475년 지어진 높이 65m의 화약탑이다.
국민음악파의 거장 스메타나는 청년 시절 체코를 오스트리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헌신했다.
그는 화약과 탄약을 보관하던 이 화약탑을 수호하는 민병대 대원으로 활동할 만큼 조국 해방의 열정으로 넘쳤다.
조국 체코를 사랑했던 그의 정신은 교향곡 '나의 조국'으로 스며들었다.
세계적인 명성의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공연도 지난 5월말 루돌피눔 드보르자크 홀에서 펼쳐졌다.
2015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화려하게 우승한 조성진은 다음 해 5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를 통해 체코 무대에 데뷔한 인연이 있다.
이 콘서트에서 라벨과 리스트를 연주한 조성진은 프라하 시민들로부터 6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그 가운데 여러 번은 기립박수였다.
콘서트 직후 열린 리셉션에서 조성진은 홍영기 주체코 대사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프라하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열린 조성진의 콘서트는 주체코 한국대사관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진의 표는 일찌감치 온라인으로 마감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공연 수준도 무척이나 높아 만족스러웠지만 더 부러운 것은 그들의 공연 문화였다.
남녀 모두 정장 차림의 우아한 모습으로 휴식 시간마다 카페테리아에서 와인을 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는 사람도 많았다.
클래식 공연 관람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프라하로 떠나는 음악 여행의 매력
올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성대한 시작을 알린 축제는 키를 페트렌코가 지휘를 맡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개막 콘서트로 화제가 됐다.
상임 지휘자인 페트렌코는 풍부한 경력과 더불어 이미 여러 차례 체코 음악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입증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66년 첫 번째 공연을 맡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초청받아 이 축제와 깊은 인연이 있다.
체코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한 많은 축제가 열린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작곡가 스메타나의 출생지인 리토미슐에선 '스메타나 리토미슐 페스티벌'이 7월7일까지 열린다.
오는 11월엔 야나체크를 기리기 위한 음악 축제 '야나체크 브르노 페스티벌'도 열린다.
음악 축제를 계기로 프라하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미술을 소재로 한 여행이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 음악을 소재로 한 여행이다.
클래식의 향기에 흠뻑 취했다면 음악과 관련된 식당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브르트바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는 아리아 호텔이 있다.
호텔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호텔도 음악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이 호텔의 식기는 모두 음악가의 캐리커처로 장식돼 있다.
이 호텔 루프톱에서는 프라하성과 브르트바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리아 호텔은 한껏 차려입고 가야 했다면 '마실 가듯' 자유로운 복장으로 갈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매니페스토라는 이름의 아웃도어 분위기가 흠뻑 느껴지는 식당은 현지 젊은이들이 넘쳤다.
한식과 일식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그리 덥지 않은 프라하 저녁 공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한식 육개장을 시켜봤는데 한국과 거의 흡사한 맛을 냈다.
식사 후에는 체코 맥주에 흠뻑 취해볼 시간이다.
체코 사람들은 맥주 스파에서 목욕을 하는 문화가 있다.
프라하 곳곳에 '맥주 스파'가 자리 잡고 있다.
스파로 들어서면 옷을 벗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욕조에 들어가 뜨거운 맥주 속에서 피로를 푼다.
욕조 옆에는 언제라도 꼭지를 틀면 생맥주가 공급된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해 새벽에 프라하에 도착한 뒤 쉬지 않고 오후까지 일정이 이어졌기에, 맥주 스파에서의 목욕 경험은 무척이나 개운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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