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은 잊고 `한일중`으로...세종시는 오웰의`1984년` [최상현의 정책톡톡]

최상현 2024. 6. 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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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는 지난 20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한일중 인사행정 토론회'가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일 미국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제24차 한일중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렸다고 알렸습니다.

기재부 세제실과 예산실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 특성상, 인사가 나더라도 주로 실 내에서만 보직을 옮기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징벌을 위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중과했던 세제실과 각종 감세정책 개발에 몰두하는 세제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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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혁신처는 지난 20일 부산 누리마루에서 '한일중 인사행정 토론회'가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일 미국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제24차 한일중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렸다고 알렸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한일중'이라는 용어가 유독 눈에 띕니다.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동북아 3국을 한데 묶어 '한중일'이라고 써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일중'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뒤바뀐 대일본·대중국 관계를 반영해 의도적으로 용어를 변경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대한 여론은 차가웠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9년 7월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감행하자, 노재팬(No Japan)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재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을 할 정도였습니다. 다들 잊은 것 같지만, 정부가 나서 반일에 앞장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극도의 통제와 감시, 세뇌가 자행되는 사회에서 두 개의 상반된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작중 배경이 되는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와 전쟁 중이었는데, 대규모 규탄행사 직전에 "사실 이스트아시아와 전쟁 중이었고, 유라시아는 동맹국"이라는 성명이 발표됩니다. 이중사고에 능숙한 군중은 아무렇지도 않게 증오의 대상을 바꿔 행사를 진행합니다.

정권은 바뀌지만 공무원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종시 공무원들은 이중사고에 이골이 난 듯합니다.

기재부 세제실과 예산실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 특성상, 인사가 나더라도 주로 실 내에서만 보직을 옮기는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150조원 추경을 했던 예산실과,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연구개발(R&D) 예산 4조6000억원을 삭감했던 예산실이 다르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다주택자 징벌을 위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중과했던 세제실과 각종 감세정책 개발에 몰두하는 세제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언제 탈원전을 했냐는 듯이 원전 수출에 부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희망이기에, 원전을 더 짓거나 운영기간을 늘리는 정책은 무조건 옳아졌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보급을 장려했던 태양광 발전은 전력계통 불안정의 원흉으로 추락했지만요.

세종에서 만나는 공무원들은 이전에 어떤 과를 거쳤는지는 이야기하지만, 전 정부 시절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언급을 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핵심 보직을 거쳤던 사람일수록 그런 성향이 강합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상명하복이 원칙인 공직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2024년의 세종은 여전히 1984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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