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첫 발 뗐지만…1년반 동안 재정·교사 '킬러' 못 풀었다
그러나 추진단 출범 1년 6개월여 동안 쟁점 못 풀어
교부금 쓸지 국고 투입할지 관건…野·政 갈등도 예고
질 개선 근간인 교사 자격 체계도 0~2세 분리 '미정'
입학 연령 기관 자율에 맡기면서 혼란도 야기될 듯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27일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아 유보통합 실행계획 시안을 내놓았으나 통합기관 명칭부터 입학·교사·재정과 같이 운영을 담보할 핵심적인 쟁점은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유아교육과 보육을 맡기로 교통정리를 끝낸 것은 성과라는 평도 있으나 1년 6개월 동안 '킬러문항'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통합 기준을 연내 결정하고 통합법을 내년에 선보일 방침이나 40년 동안 풀지 못한 난제를 남은 반년 동안 풀 수 있을지, 2026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관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정된 정부조직법이 6개월 간의 경과기간을 마치고 시행되면서 어린이집을 비롯한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27일 공식 이관됐다.
유보통합의 역사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5공화국은 탁아소, 어린이집, 기타 민간시설 등 영유아 보육시설을 새마을유아원으로 통합했고 그 결과 유치원과 새마을유아원(어린이집)으로 이원화가 됐다.
역대 정부는 지속적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해 왔다.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에 유보통합 일원화를 포함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육아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유보통합을 추진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만 3~5세 누리과정을 통해 공통 교육과정 도입에 이르렀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단계적 유보통합안을 발표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했으나 중앙 부처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처럼 세부 각론에 대한 쟁점을 좁히지 못했으나 유보통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있었다.
유보통합을 역대 정부가 추진해 왔고 각계에서 지지가 컸던 배경은 격차 해소에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영유아가 기관에 따른 차등 없이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지난 2017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아 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학계 전문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 등 5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5.8%가 유보통합 필요성에 동의했다.
2021년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서 보육 교사와 원장, 부모 등 2만61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보육 교사 91.8%, 원장 90.6%이 통합에 찬성했다.
0.7명대에 이르는 저출생 문제가 대두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줄폐원에 직면한데다 국가가 돌봄과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라 정부는 지금을 유보통합의 적기로 보고 있다.
이날 중앙 부처 차원에서 보육 업무를 교육부가 넘겨 받은 것은 지난 40여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통합되면서 영유아 보육의 개념이던 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이 교육기관, 다시 말해 '학교'로 규정되는 기반은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체계의 통합에 지나지 않아 학부모와 영유아 및 현장 교사 및 이해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 보긴 어렵다.
게다가 부처 통합 문제는 1년 6개월 이전에 가닥이 잡힌 것인데 그동안 기관의 명칭이나 교사 자격 및 입학 방법, 통합기관의 운영을 담보할 재정을 누가 분담할 지를 확정하지 못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육부는 격차 해소에 투입할 재정 소요액과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가칭 '교육·돌봄책임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방향성만 제시했다.
올해 현재 유아교육과 보육에 투입되는 재정은 총 17조1000억원이다. 어린이집 급식 개선, 교사 연수 확대, 방과 후 프로그램 강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소요되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할지는 미지수다.
정확한 산출을 위해서는 새로이 출범할 통합기관의 기본 질적 기준을 고려한 표준영유아교육·보육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제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보통합에 필요한 비용을 추가 국고 보조 없이 충당하려 한다면 누리과정 보육대란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사회적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당국은 저출생으로 내국세의 20.79%를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남아 돌 것이라고 보고 유보통합 격차 해소에 필요한 추가 재원에 국고를 투입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유아교육·보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2027년부터는 학사 학위를 바탕으로 '영유아정교사' 통합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허나 0∼5세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 제도를 도입할지, 0∼2세 영아정교사와 3∼5세 유아정교사로 이원화할지는 정하지 못하고 논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만 3~5세에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유아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를 무리하게 0~5세로 통합하는 것은 발달단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자격을 이원 체제로 묶어 둔다면 보육과 교육이 사실상 분리된 채 기존 보육교사를 영어 전담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간단치 않다.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도 통합기관이 출범하면 모든 어린이집이 유치원과 같은 형태로 바뀌는 것인지, 0~5세 모두 대기 없이 입소 가능할지 분명하지 않다.
교육부는 취학 전 0~5세를 통합기관의 입학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나 가정어린이집 등 예외적인 경우를 고려해 입학 연령을 기관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또한 입학·입소 신청 창구를 일원화하고 유치원에 원아 모집이 끝난 뒤 어린이집과 같은 '상시입학제'를 도입하는 방안까지는 제시했으나 맞벌이 가구 가점제 등 입학 제도에 대한 방식은 공론화로 정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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