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K웹툰 성장세에 美나스닥 진출…“아시아의 디즈니 될것”
몰래 숨어서 보던 만화책, 이제 대형 산업
네이버웹툰이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 증시에까지 진출했다. 공모가도 희망 범위 내에서 최고가로 결정됐다. 네이버웹툰을 시작으로 K웹툰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부모님 몰래 숨어서 보던 만화가 K웹툰으로 거듭나면서 대형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인 주당 18~21달러 상단인 주당 21달러(약 2만9000원)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웹툰을 이끈 김준구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웹툰산업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웹툰 美증시 진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종목 코드 ‘WBTN’으로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된다. 상장 후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3.4%를 보유한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또 다른 주주인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는 지분 24.7%를 보유한 주주가 된다.
K-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웹툰엔터테인먼트 매출액은 지난해 12억8200만 달러(약 1조77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10억 달러) 약 20%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IP 비즈니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기술 강화, 콘텐츠 라인업 확보를 통해 ‘아시아의 디즈니’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식재산권(IP)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실사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을 이룬 것처럼 네이버웹툰도 웹툰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네이버웹툰은 ‘원 스토리 멀티 유즈’라고 부르며 스토리 IP 확장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보유한 웹툰이나 웹소설 콘텐츠를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은 100편 이상이며, 웹툰 원작 게임은 70개 이상에 달한다. 웹툰·웹소설 단행본은 200종이며, 2차 사업화가 이뤄진 작품은 총 900편 이상이다.
●AI 등 미래 기술 개발에도 투자 확대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나스닥 상장까지 이끈 일등 공신은 김준구 대표다. 김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시 김 대표는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과 현금 보너스 3000만달러(약 420억원)를 받게 된다. RSU를 제외해도 9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된다.
네이버웹툰 담당 실무자로 시작한 김 대표는 조석과 기안84, 김규삼 등 다수의 인기 작가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안착시킨 인물로 꼽힌다. 웹툰으로 발생한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파트너스 프로핏 쉐어(PPS)’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상장은 네이버웹툰이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1분기 기준 150여개 국가에 진출해 월간 활성화 이용자 1억 6900만 명을 확보, 글로벌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5500만 개의 콘텐츠를 보유했으며 창작자는 2400만 명에 이른다. 최근 10년 간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마스크걸’ 등 100개 이상의 웹툰 IP가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
네이버웹툰이 만화 종주국인 일본과 미국까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만화 시장의 창작, 소비 문화 전반을 혁신해 누구나 자신의 스토리를 선보일 수 있는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가 결국 콘텐츠 다양화를 이끌어내며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한국 웹툰 시장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모바일에 적합한 형식의 변화도 한 몫을 했다. 네이버 웹툰이 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단순히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형식이었다.
당시 세계 만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었던 때다. 한국 웹툰 업체들은 책장을 넘기는 기존 만화와 달리 인터넷의 스크롤에 적합하도록 내용과 형식을 바꿨고,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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