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과 ‘개딸’이 일제히 김동연 저격 나선 까닭은?
잠재적 경쟁자 김 지사에 ‘견제’ 해석도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이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김동연 경기지사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김 지사가 대안세력화하는 조짐이 보이자 친명계가 견제에 나선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 친명계인 양문석 의원은 27일 이 전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김 지사 비판글을 올렸다. 양 의원은 이 글에서 “경기도지사인 김동연 민주당원이 당 소속 전임 경기부지사인 이화영 변호인 측 자료 요청에 ‘정치적 악용 소지’라는 변명을 앞세워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며 “민주당원이자 일반 국민으로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신의 작고 소소한 정치적 이득보다 옳고 그름을 먼저 헤아리는, 정의로운 기준을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수원지법은 지난 7일 대북 송금과 관련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 판결을 계기로 이 전 대표를 추가 기소했다. 이후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을 준비하며 경기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협조 거부를 고리로 친명계 일부 의원들은 김 지사를 공개 저격하는 글을 잇달아 올려왔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는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라며 “경기도가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서너명의 의원들이 최근 자료 제출과 관련해 경기도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도 집단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 지사가 SNS에 올린 화성 화재 대응 관련 SNS글에는 이날까지 자료요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판 댓글이 다수 달렸다. 자신을 권리당원이라고 밝힌 이는 “대권에 눈이 멀어 검찰과 손잡고 함정에 빠뜨리려 하나”라고 했다. “수박들과 (이 전 대표의) 뒤통수 칠 궁리나 하고 있다” 등의 비난도 적혔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이고 속은 국민의힘 성향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로 주로 비이재명(비명)계에 대한 멸칭으로 사용된다. 경기도청 앞에서는 1인 시위도 시작됐다.
경기도 측은 “김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들은 앞서 국민의힘도 요구한 바 있어 공개되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을 통해서도 자료를 얻을 수 있으니 제공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화성 화재 대응을 위해 경기도와 민주당이 힘을 집중해도 모자란데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양 의원이 김 지사를 공격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 중 한 명인 김 지사의 최근 행보가 친명계 공격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는 최근 전해철 전 의원 등 친문재인(친문)계 낙선 인사들을 대거 포용해 ‘비명계’를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또 당원권 강화를 명분으로 한 당헌·당규 개정에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 지사는 지난 11일 SNS에서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해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예외 조항은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면서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 규정을 둔 개정 조항은 연임이 유력한 이 전 대표를 위한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일극 체제’로 정리된 민주당의 몇 안 되는 대권 후보”라며 “친명계는 견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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