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나야" 대종상영화제, 파산 사태에도 12월 개최 의지 [종합]
27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024년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한국영화인총연합회(영총) 양윤호 회장, 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강대영 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대종상영화제 이장호 위원장,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방순정 이사장,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김기태 이사장, 한국영화감독협회 김종진 이사장이 참석해 영총의 파산 및 회생, 60회 대종상영화제 개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영총)는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영협이 자산보다 빚이 많은 등 지급불능 및 부채 초과의 파산 원인이 존재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4년 2월 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최대 채권자가 최근 '회생 동의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끝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자는 양윤호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방순정 이사장은 "과거 20여 년 동안 임원을 지냈고, 전임집행부에서 고문을 지냈던 채권자는 2022년 징계를 받기 전, 자진 탈퇴를 해 현재 회원이 아니"라며 "법원에 제출된 파산신청서에는 채권자가 7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파산에 동의하는 채권자는 단 한 명이다. 10여 년 이상 대종상이 파행 혹은 불공정심사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기간의 중심에 채권자가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양윤호 이사장 또한 "행사위탁운영자가 영총에 발전기금을 내고 조직위원장이 되는 과정에서 소개비가 비용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른 부담금은 어이없게 영총의 채무가 되는, 아주 이상한 구조였다. 영총이 지원금을 받는데도 빈곤해지고, 돈을 낸 조직위원장은 장사를 해야 하는 대종상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과 불공정, 불법성으로 인한 파행이 예상되는 이 시스템을 반드시 개혁해야 영총과 다시 살 수 있다는 게 현 집행부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계 원로들의 고심은 깊다며 "원로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대종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후배들에게 물려줄 값진 유산이라는 입장이다. 영총은 회생법원의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만에 하나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에 동의를 안 해서 회생이 중지되고 나서 다시 파산 결정이 나면 그 판단은 고등법원의 항소심으로 돌아간다. 영총은 거기서 다시 법리를 다투어 영총을 살려낼 것"이라며 "그러나 영총이 아니더라도 영화인들이 존재하는 한, 대종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장호 위원장은 "영화인 협회를 이끄는 모든 사람이 소위 연륜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 영화계를 이끌어 왔던 것 같다. 저는 늘 영화계 조직이 썩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중에 가장 가슴 아픈 일이 대종상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권위와 신뢰가 해를 거듭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일부 연륜만을 과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마치 장사하는 것처럼 권위와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힘든 세월이 지나가고, 최근 대종상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상당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영화제를 좌지우지했던 인물이 다시 영화인협회를 파산 지경에 이르게 했다"며 "채권자가 대종상은 3년 전부터 새롭게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조금씩 나아져서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종상이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영화제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때아니게 대종상을 사유화하려는 인물에 의해서 파산하기 이르렀다"면서 채권자가 원하는 것은 대종상영화제의 소유권이라고 밝혔다.
양윤호 회장은 "영총이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대종상영화제의 개최권을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업무표장을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살 수 있다. 업무표장을 사면 대종상을 살 수 있다는 입장인데 그걸 산다고 개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산과 상관없이 국민이 동의하고 영화인이 동의하는 한 대종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채권자 동의가 중요한데, 며칠 전 A씨를 만나서 제안했고, 정확히 긍정이나 부정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정리가 될 테고 채권자 동의도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런 노력도 안 된다면 법원에 요청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1962년 시작된 대종상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3대 영화상 중 하나다. 그러나 오랜 전통에도 파행 혹은 불공정심사 등으로 구설에 올랐고, 이러한 기간이 지속되면서 권위 추락이라는 불명예를 맞았다. 현재 과거 영총의 임원이었던 채권자에 의해 비영리법인의 파산과 회생이라는 유례없는 사태를 맞고 있다.
종로구=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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