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차도 안심 못하는 야구, KBO리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스경x분석]

김은진 기자 2024. 6. 2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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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이 지난 25일 사직 KIA전에서 9-14로 뒤지던 6회말 3점 홈런을 치고 달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지난 25일 사직 롯데-KIA전은 KIA에게 치욕적인 경기로 남았다. 14-1로 앞서다 15-15로 비겼기 때문이다. 1-14로 처져 경기 초반 이미 패색이 짙던 롯데는 KIA 선발 제임스 네일 상대로 4회에 6점, 5회 2점을 뽑아 갑자기 9-14로 쫓아간 뒤 6회와 7회에는 연달아 3득점씩 해 15-14로 역전까지 했다. KIA가 8회초 1득점 해 간신히 연장 무승부로 끝냈지만 졌다면 역대 최다 점수차 역전패의 불명예 기록을 안을 뻔했다.

기이한 대량 실점과 득점의 경기는 또 있었다. 26일 대전 두산-한화전에서는 4회초까지 두산이 7-0으로 앞서다 4회말 한화가 5점을 냈고, 이후 10-8로 앞서던 두산이 7회초 한꺼번에 5점을 뽑으면서 15-8로 승리했다.

앞서 23일 인천 SSG-NC전에서는 6-6으로 맞서다 8회초 NC가 2득점, 8-6으로 앞선 상태에서 9회초에는 무려 10득점을 올려 18-6으로 승리했다. SSG에서는 6-6으로 맞선 8회초 2사 만루에 등판한 마무리 문승원이 2타점 적시타로 결승점을 포함해 9회까지 5실점을 했다. 이어 등판한 최민준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5안타 1볼넷으로 5실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26일 NC전에서 10-0으로 앞서다가 9회초 한꺼번에 7점을 내주면서 마무리 조상우를 등판시켜 불을 끄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근래 들어 한 팀이 두자릿수 이상 득점하는 경기가 부쩍 잦아졌고 지난 22일부터는 나흘 연속 어딘가에서 반드시 10득점 이상 팀이 나온다. 26일 현재 리그 팀 타율은 0.281, 평균자책은 4.87이다. 0.260대 타율에 평균자책은 4점대를 겨우 넘겼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해 현격하게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그의 젊은 투수 일부가 근래 들어 빛을 냈지만 전반적인 투수층은 그렇게 두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시즌 리그 일정상 변화로 인한 투수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역대 가장 빠른 3월23일에 개막한 올시즌은 개막 직후부터 각 팀 투수들의 부상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몇 년 간 우천취소가 너무 많았던 점을 우려해 시즌 뒤 국제대회인 프리미어12 일정이 있는 올해는 개막을 일주일이나 앞당겼다.

그런데 우천취소 경기가 줄었다. 4월1일 개막해 7월13까지 치른 지난해에는 전반기에만 48경기가 취소됐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기 종료를 일주일 남겨둔 26일까지 추후편성 경기는 20경기에 그치고 있다. 금·토요일 우천취소시에는 일요일에 더블헤더까지 시행하는 영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취소 1경기를 포함해 총 29경기가 취소됐고 그 중 9경기는 더블헤더로 이미 소화를 한 상태다. 각 팀 투수 운용이 힘겨운 이유다.

SSG 문승원이 지난 23일 NC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장성호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 문제도 있겠지만 우천취소를 고려해 리그 운영을 바꿨는데 우천취소가 덜 되다보니 투수들이 계속 등판하고 구위는 떨어진다. 우리 리그는 투수쪽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 부상도 많아 대체 선발도 자주 쓰니 투수 고갈이 빨라져 점수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올해의 타고투저는 타자들이 기술적으로 엄청 좋아져서라기보다는 투수들의 고갈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더블헤더 자체가 감독의 불펜 운영을 굉장히 힘들게 한다. 그 충격이 다음 경기에 무조건 오게 돼 있다. 감독들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 경기 혹은 한 이닝 대량실점이 쏟아지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대형 SPOTV 해설위원도 “타고투저 시즌에 투수들이 일정상 너무 많이 나오면서 지칠 때가 됐다. 구위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점수 차 클 때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량 득점이 빈번한 데는 ABS의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키움 조상우가 26일 고척 NC전에서 10-0으로 앞서다 9회초 10-7로 쫓기자 등판해 승리를 지킨 뒤 포수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대형 해설위원은 “올해 유난히 대량득점 이닝이 많은 데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ABS의 영향 때문 아닌가 한다. 예전에는 주심이 직접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기 때문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추격조나 그 아래급 투수들이 나오는 느슨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존이 조금 커지고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ABS 판정이라 한결같이 존이 유지되니까 조금 약한 투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더 이겨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타자들은 점수 차가 벌어지고 약한 투수들이 나오면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 하나라도 더 치려고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올스타 휴식기는 나흘뿐이다. 후반기 경기는 많이 남았고 그 사이 재정비할 시간은 충분치 않다. 극적으로 마운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후반기에도 비슷한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대형 해설위원은 “필승조가 매경기 나올 수도 없고, 그 다음 레벨에서 받쳐줄만한 구위 좋은 투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각 팀 선발이 다 어려워 매번 6~7이닝씩 막지도 못한다. 후반기에 갈수록 더 힘들어 질 거고 이런 경기는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올해는 어쩔 수 없는 타고투저 시즌”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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