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목선 탈북민 “대북전단 속 USB로 드라마 본 적 없어”
지난해 동해로 목선을 타고 온 탈북민 A(여·23)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주민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 속에서 ‘위대한령도자김정일대원수님 교시’라는 문구가 인쇄된 종이가 두동강난 채로 발견된 것 관련한 질문에는 평범한 일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겉으로 그러는 거지 집에서는 그냥 뭉개고 그런다“며 “김정은에 대해서 두려움과 무서움이 있어서 그럴 뿐이고 뒤에서는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고압 수소 가스 풍선에 대북전단과 함께 매달아 보내는 USB를 본 적이 있는지 질문에는 “못봤다“고 했다. 그는 “그런 게 발견되면 우리가 줍기가 쉽지 않고 바로 신고해야 한다. 엄중한 일이다. 만약 그걸 주워서 보면 보위부에 끌려가야 한다”고 했다.
한류 콘텐츠의 주된 유입 경로는 밀수라고 말했다. 그는 “임신한 지인이 과일을 많이 먹고 싶다고 해서 중국에서 과일함을 들여왔는데 거기에 남한 드라마 같은 게 들어있었다고 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는 들어오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또 우리 쪽에서 해킹을 하는 것도 있었다“며 “어느 똑똑한 대학생이 머리가 엄청 좋다보니까 컴퓨터로 해킹해서 드라마를 많이 받아 몰래 많이 팔았는데 사형당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최근 통일부 행사에서 지인 3명이 한국 드라마를 보던 중 현장에서 단속돼 공개처형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남북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지다보니 한국드라마를 보면 무조건 총살이다. 반동사상배격법이고 뭐고 이런 것이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형하는 일이 너무 많고 이제는 (남한 드라마를) 안 본다고 보면 된다. 보는 사례가 없어졌다”고 했다.
특히 평양에서 단속 강도가 훨씬 세다며 “평양과 지방 차이가 엄청 크다. 평양에만 있는 (벌이) 추방이다. 그런 걸 보면 무조건 추방이라 사람들이 보는 걸 많이 꺼려하고 있다. 저도 평양에선 본 적 없다. 지방에 와서 봤다“고 했다. 그는 “미국 영화는 사실 많이 낫다. 총살까지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본 한류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겨울연가, 가을동화, 상속자들 이런 걸 많이 보고, 시티헌터, 힐러, 이태원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순정에 반하다, 사랑의 불시착,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신사와 아가씨 등 많다“고 했다. 케이팝에 대해서는 “임영웅, 백지영을 좋아한다“며 “아이돌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름 기억하기도 어렵다. 아직 방탄소년단 정도 안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를 강하게 단속하면서 마약에 대한 단속도 강력해졌다고 했다. 그는 “50% 정도는 (진통제 대신 등의 목적으로) 마약을 많이 쓰고 있었다. 마약을 많이 생산하는 곳은 함흥“이라고 했다. 그는 “함흥에 화학공대가 있다 보니 그 졸업생들은 다 만들 줄 알았다. 마약 생산으로 유명했고, 소비하는 곳은 주로 원산, 평성 이런 곳이었다“고 했다. 이어 “2022년에 남한 드라마를 본 사람을 총살하면서 갑자기 마약도 같이 뿌리뽑는다면서 생산자를 다 잡아 총살했다“고 했다.
김정은 체제 초기와 현재 주민들의 충성도가 달라졌는지 질문에는 “처음에, 2012, 2013년만 해도 뭔가 개변될 것 같고 그랬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인식이 싹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핵을 개발 하면서 우리나라가 발전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경제가 바닥이었고 아이들 간식 사러 식료품점에 가면 가격이 10배가 올랐다. 왜 이리 비싸냐고 물으면 ‘다 중국산’이라고 했다”며 “‘우리나라 것인 줄 알았는데 뭐야 우릴 속인 거야, 일상생활용품 하나 생산 못하고 뭐하는 거야’ 하면서 불만들이 있었고, 자꾸 총살하고 개인장사도 없애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니까 (민심이) 나빠졌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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