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우려 6만9천 곳 방치"...허술한 재난대응 적발
[앵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산사태로 인한 인명사고도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정작 예방 체계에는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민가 6만9천여 곳을 조사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산사태 위험 지역 안에 대피소를 두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대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산에서 쏟아져 내린 엄청난 양의 흙더미가 인근 도로와 집을 그대로 덮쳤습니다.
지난해 7월,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파묻히면서 60대 남녀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힘없이 뜯겨 구겨진 채 나뒹구는 철제문과 박살 나버린 차량만이 당시 충격을 가늠케 합니다.
[마을 주민 (지난해 7월, 사고 당시) : 내려와 보니깐 이장님이 먼저 와있었고, 내려와서 보니 있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저도 이런 일이….]
사고가 난 집과 산지와의 거리는 불과 30여 m.
산림청은 지난 2019년부터 산림조합에 의뢰해 인명피해 우려가 큰 민가들을 대상으로 산사태 취약지역 선정을 위한 기초조사를 해왔습니다.
특히 산지로부터 거리가 50m 안쪽인 경우 우선 조사하도록 기준을 정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사고가 난 집은 기초조사를 받지 않았고 이 때문에 취약지 선정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사고가 난 집뿐 아니라 무려 6만9천 곳의 산사태 우려 지역이 기초조사에서부터 배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산림조합 자체 조사 결과, 산지로부터 50m 이내에 있는 전국 산사태 우려 지역 12만 곳 가운데 92%가 몇 개 지역에 쏠리자 임의로 6만9천 곳을 배제했고 산림청은 이를 확인도 없이 승인해 준 겁니다.
[임봉근 /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 제2과장 : 일부 지자체에 너무 편중된다 이런 사유로 해서 6만9천 곳을 제외를 해버렸고, 용역 결과를 갖다가 납품을 하니깐 아무런 검토 없이 그대로 검수조서를 발부한 사안입니다.]
경북 예천의 한 마을에서는 산사태 위험 구역 밖에 있는 멀쩡한 초등학교를 두고, 바로 옆 위험구역에 있는 마을회관을 대피소로 지정한 사례도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습니다.
이곳뿐 아니라 전국 2만5천여 개 대피소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2천백여 곳이 위험지역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또 산림청이 400억 원을 들여 전국에 설치한 산불감시 CCTV 1,400여 대가 전담 인력도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고, 산불 발견율도 0.4%에 불과해 예산 낭비 성격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산사태 방지사업 실적을 높여 보이기 위해 이미 사업이 끝난 지역에 또다시 예산을 쏟아붓는 등 모두 20여 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됐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영상편집 : 김지연
디자인 : 백승민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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