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 인구유입 내쫓는 경주시, 정부 귀어정책 외면하는 경주시수협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은행은 재정 열악해 귀어대출 취급 안 한다 답변
문턱 높은 경주시 상담절차에 귀어 선택 후회 '울분'
[더팩트ㅣ경주=최대억 기자] "집에서 5분 거리의 경주시수협(단위조합) 놔두고 1시간 30분 걸려 대구지역 은행(수협중앙회 경북지역금융본부)을 10여 차례 오가며 정부에서 확정한 3억 원 가운데 6개월 넘도록 겨우 7000만 원 대출 받았다. 행정 절차 문턱이 너무 높아 귀어를 포기해야 할지 다시 생각 중이다."
해양수산부가 어촌 진입장벽 해소와 유입인구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을 담은 ‘귀어 창업’ 지원사업이 기대와는 달리 해양·수산인의 대표 전문은행인 단위수협이 대출 업무를 아예 외면하는 등 귀어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완도군 출신인 A씨(66) 부부는 1년 전 경주시 감포읍으로 이주‧정착을 결심하고 주소를 이전했다.
재촌비어업인(농어촌지역에서 거주하지만 어업을 하지않는 사람) 신분이었던 A씨 부부는 지난 한해 동안 경주지역에 접수한 6명의 귀어정착·창업자 가운데 해수부로부터 성업신청 심사 등을 통과한 유일한 귀어 인구 유입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A씨는 사업 확정 시기로부터 1년 이내(올 연말까지) 3억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A씨가 담보를 제공하면 수협에선 여신을, 해수부에선 이자 차이를 지원하게끔 정부와 경주시로부터 지원 대상자 확정 및 통보를 받은 것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A씨는 30여 년간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전남 완도에 자신 소유의 주택 외에도 매달 300만 원 이상 연금을 지급받는 등 신용관리와 상환능력을 갖춘 ‘귀어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사업’ 대상자로 지난해 12월(4분기) 확정된 것이다.
A씨는 시중은행 신용점수도 1000점 만점에 880점대로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고신용자이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사업시행자로 확정된 이후 창업자금(3.27톤 규모의 선체 및 허가 등) 1억 원을 대출을 받기 위해 집 인근에 위치한 경주시수협을 찾았으나 은행 창구에서 퇴짜를 맞았다.
A씨의 경우 담보나 신용 등 자격 조건에 하자가 없는 데도 경주시수협 측은 ‘은행 재정이 열악하고 귀어 대출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 불허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 경주시수협의 경영실태평가등급은 2022년과 2023년 연속 2등급(보통 수준)으로 평가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재무상태는 순자본비율이 8.46(2022년), 7.03(2023년), 순고정이하여신비율 4.21(2022년), 3.50(2023년), 유동성비율 46.38(2022년), 83.75(2023년)으로 파악됐다.
순자본비율은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이고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3개월 동안 대출을 회수하지 못한 비율, 유동성비율은 해당 조합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가 등을 나타내는데, 수치상으론 경주시수협은 현금 보유율이 두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올해 수협중앙회는 수익성이 낮아진 단위 수협들의 실적 개선을 위해 총 18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여기에다 어촌경제 및 어업인 지원을 위한 특판예금 개발 등 상생금융 실천을 위한 예산 30억 원을 신규로 편성해 추진하는 등 현금 유동률 보장과 대출 여력이 가능함에도 단 1명 뿐인 귀어민 정착 대출업무엔 뒷전인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씨 부부는 당시 경주시수협의 대출 거부에 이어 인근 포항지역의 수협에서도 재차 여신이 수용되지 않아 수협은행 경북본부가 있는 대구(수성구)에서 사업 대상자로 확정된 지 4개월 만인 지난 3월에서야 자금 대출을 어렵게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도 A씨는 수협은행 경북본부로부터 똑같은 사업추진실적계획서를 두 차례 제출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A씨 부부는 "가까운 경주시수협 놔두고 대구지역 수협에 수차례 방문하며 상담하고 서류를 접수했는데 한참 뒤에도 소식이 없어 전화했더니 서류가 없어졌다고 해서 다시금 작성해서 신청서를 제출하는 소동을 빚었다"며 "그땐 너무 놀라 그저 눈물밖에 나오지 않더라"고 하소연했다.
또 "사업실적 확인과 서류 절차를 관장하는 기관인 경주시는 대출 절차 상담을 요청했는데 ‘확인 후 연락을 준다’고 한 뒤 한 달이 되도록 소식이 없거나 매번 ‘출장중’이어서 결국 경북도 해당부서 등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했고 신청 절차가 지연돼 결국 투망은 사비를 들여 구입했다"면서 "대출 실행 유효 기간이 올 연말까지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해 냈다.
지금은 주택구입 및 투망(바닷가에서 유어에 사용되는 어구) 대출 신청서 절차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A씨 부부는 재촌비어업인일지라도 도시에서 살다가 귀어업인이 된 경우가 아닌 촌(완도)에서 촌(감포)으로 이주한 사람들이어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5조)’상 주택구입 지원사업 대상자에서도 제외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자가 높은 일반 시중은행의 대출을 받아 매달 약 39만 원을 갚고 있다.
여기에다 투망 구입 대출을 위한 사업추진확인서 발급 요청을 위해 경주시에 증빙서류를 문의했으나 한 달째 회신이 없어 귀어 선택에 대한 후회로 살아가는 실정이다.
이에 경주시수협 측은 "저희는 자금 사정도 어렵고, 정부 지원 귀어인 대출을 예전부터 한 적이 없다"며 "대부분 단위 수협이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주시 관계자는 "저희도 관련 업무를 다 알 수 없지 않으냐"면서 "다른 출장 관계로 소통에 다소 엇갈린 적이 있지만 현장 방문과 수협 측에 연락을 취하는 등 여러 관련 정보를 A씨에게 제공하며 귀어 정착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수부 관계자는 "사연이 안타깝다"면서 "부실 수협의 경우 대출을 꺼리는 실정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A씨는 해수부 산하 한국어촌어항공단(귀어귀촌종합센터)의 상담을 추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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