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60엔 넘으며 37년 만의 '슈퍼 엔저'…"일본, 통제력 잃었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 통제력을 잃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까지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7일 오후 1시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달러당 160.41~160.43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에 이날 장중 최고가(160.85엔)를 찍은 후 다소 떨어졌지만 전일 종가(159.89엔)보다 0.32% 오르며 엔화 가치 약세(엔저)를 나타내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되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자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수·엔 매도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엔 환율은 26일 오후 달러당 160엔을 약 두 달 만에 돌파한 뒤 27일 새벽에는 160엔 후반대까지 올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60.88엔을 기록해 엔화 가치가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 대비 엔 환율은 한때 171.79엔을 나타내 유로 도입 이후 엔화 가치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 유지를 위해 지난 4월 말부터 약 한 달 동안 9조7885억엔(약 85조원) 규모의 시장 개입에 나섰다. 당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엔 환율은 달러당 151엔까지 떨어지며 엔화 강세를 나타냈었다. 외환거래기관 바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정부의 환율 개입은 시장의 일방통행 움직임을 끊는 효과가 있다. 일본의 개입은 연준의 금리인하 전 시간 벌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는 다시 37년 반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효과는 두 달 만에 끝이 났다. 앞서 일본 정부가 "필요시 24시간 시장 개입"을 언급한 만큼 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미즈호증권 USA의 도미닉 콘스탐 거시 전략 책임자는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제한돼 통화 방어에 수천억 달러를 쓸 수 없다"며 당국의 추가 개입에도 엔저 현상이 여전할 것으로 봤다.
최근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앞서 의회에서 경제지표만 따라줄 경우 차기 통화정책결정회의(7월 30~31일)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하고, 이달 회의에서도 7월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10월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다. 블룸버그가 지난 25일 경제학자 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전 조사의 33%보다 많은 42%가 금리인상 가능 시점을 10월로 선택했다. 7월 금리인상을 선택한 응답자는 33%로 직전 조사와 동일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달 회의에서 7월 추가 인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가 미국보다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적극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거란 기대는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엔저를 멈추기 위해선 일본의 금리인상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금리 조절 폭이 0.1%포인트 정도로 미국(0.25%포인트)보다 적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BNY 멜론 캐피털 마켓의 밥 새비 시장전략책임자는 "국제시장의 달러의 지배력은 미국의 견고한 경제 등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전까지 엔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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