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선화공주역, 여성국극 조영숙 명인 “삼마이가 체질인데”

임석규 기자 2024. 6. 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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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요번에 공주로 데뷔하는 거예요." 여성국극 1세대인 조영숙(90) 명인은 "선화공주 역할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공연 '조 도깨비 영숙'은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변형해 재구성한다.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을 원작으로 10월에 방영될 드라마 '정년이'(tvN)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장영규와 박민희가 조 명인에게 자문을 하면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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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극 조영숙 명인-‘조 도깨비 영숙’ 공연
7월26~2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조영숙 여성국극 명인이 다음달 선보이는 공연 ‘조 도깨비 영숙’은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영상과 실연으로 재현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 여자가 요번에 공주로 데뷔하는 거예요.” 여성국극 1세대인 조영숙(90) 명인은 “선화공주 역할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공연 ‘조 도깨비 영숙’은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변형해 재구성한다. ‘이날치’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정가 가수 박민희가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이내 몸이 천하다고 마음조차 천할쏘냐/ 입은 옷이 더럽다고 이내 청춘 더러우랴~”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택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조 명인은 구성진 ‘선화공주’ 노랫가락을 즉석에서 펼쳐냈다. 단단한 목소리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는 “가사가 좋은데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내용도 있다”며 ”4년 동안 하루 두세번씩 했으니까 셀 수도 없이 했던 공연”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서동 왕자와 선화공주, 석품, 철쇠, 왕 등 5명의 배역을 맡는다. 그에게도 1인5역은 처음이다. 옆에 있던 장영규 감독은 “모든 배역의 대사를 다 외우고 계셔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조영숙(가운데) 여성국극 명인이 다음 달 공연하는 \'조 도깨비 영숙\'의 음악감독으로 나선 이날치 베이시스트 장영규(오른쪽), 정가 가수 박민희와 포즈를 취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950~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은 전통 창과 춤에 재담을 뒤섞은 공연이다. 여성들만 출연한다는 게 특징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창법이 다르잖아요. 창극과 여성국극도 똑같아요.” 조 명인은 창극을 오페라, 여성국극을 뮤지컬에 비유하며, “노래를 풀어서 하는 여성국극이 더 자유분방하고 연극적”이라고 했다.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을 원작으로 10월에 방영될 드라마 ‘정년이’(tvN)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장영규와 박민희가 조 명인에게 자문을 하면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장영규 감독은 “선생님이 가장 애착을 보인 작품이 선화공주라서 토막 내지 않고 전체를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사전에 촬영한 영상과 무대 실연을 조합해 4장으로 꾸민다. 조 명인에게 여성국극을 배운 제자 4명도 출연한다. 조 명인은 “대체 뭐가 뭔지 몰라도 두 분 감독만 믿고 하라는 대로만 할란다”며 웃었다.

공연 제목의 ‘도깨비’는 북한 원산 사범학교 시절부터 노래와 무용, 연극과 운동은 물론 공부에도 재능을 보여 끼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해서 붙은 조 명인의 별명. 재담에 능한 그는 ‘춘향전’의 방자 역을 많이 해 ‘삼마이’(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된 말로, 웃음을 담당하는 조연)로도 불렸다. ‘선화공주’에서도 방자와 비슷한 캐릭터인 철쇠를 자주 연기했다.

조 명인은 “이 좋은 예술을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것이 사라지게 돼서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여성국극이 무너진다는 건 우리나라 창극 예술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조 명인은 1951년 광주에서 ‘동지사’에 입단한 이후 줄곧 여성국극 무대를 지켰다. 여성국극 전성기를 이끈 임춘앵(1924~1975)이 그의 스승. 웹툰 ‘정년이’를 쓴 작가 서이레는 임춘앵 전기와 조영숙 자서전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마이가 내 체질에 맞았어요, 사람들이 박수치고 웃어주니까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는 “괴롭고 기막힌 일이 있어도 무대에선 눈으로 울고 입으로는 웃었다​”고 무대 인생을 돌이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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