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선화공주역, 여성국극 조영숙 명인 “삼마이가 체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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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가 요번에 공주로 데뷔하는 거예요." 여성국극 1세대인 조영숙(90) 명인은 "선화공주 역할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공연 '조 도깨비 영숙'은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변형해 재구성한다.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을 원작으로 10월에 방영될 드라마 '정년이'(tvN)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장영규와 박민희가 조 명인에게 자문을 하면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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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6~2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이 여자가 요번에 공주로 데뷔하는 거예요.” 여성국극 1세대인 조영숙(90) 명인은 “선화공주 역할은 처음이라 걱정이 태산”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다음 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공연 ‘조 도깨비 영숙’은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변형해 재구성한다. ‘이날치’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정가 가수 박민희가 음악감독으로 나섰다.
“이내 몸이 천하다고 마음조차 천할쏘냐/ 입은 옷이 더럽다고 이내 청춘 더러우랴~”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 자택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조 명인은 구성진 ‘선화공주’ 노랫가락을 즉석에서 펼쳐냈다. 단단한 목소리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는 “가사가 좋은데 다분히 사회주의적인 내용도 있다”며 ”4년 동안 하루 두세번씩 했으니까 셀 수도 없이 했던 공연”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서동 왕자와 선화공주, 석품, 철쇠, 왕 등 5명의 배역을 맡는다. 그에게도 1인5역은 처음이다. 옆에 있던 장영규 감독은 “모든 배역의 대사를 다 외우고 계셔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1950~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여성국극은 전통 창과 춤에 재담을 뒤섞은 공연이다. 여성들만 출연한다는 게 특징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창법이 다르잖아요. 창극과 여성국극도 똑같아요.” 조 명인은 창극을 오페라, 여성국극을 뮤지컬에 비유하며, “노래를 풀어서 하는 여성국극이 더 자유분방하고 연극적”이라고 했다.
여성국극단을 소재로 한 웹툰을 원작으로 10월에 방영될 드라마 ‘정년이’(tvN)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장영규와 박민희가 조 명인에게 자문을 하면서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 장영규 감독은 “선생님이 가장 애착을 보인 작품이 선화공주라서 토막 내지 않고 전체를 보여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사전에 촬영한 영상과 무대 실연을 조합해 4장으로 꾸민다. 조 명인에게 여성국극을 배운 제자 4명도 출연한다. 조 명인은 “대체 뭐가 뭔지 몰라도 두 분 감독만 믿고 하라는 대로만 할란다”며 웃었다.
공연 제목의 ‘도깨비’는 북한 원산 사범학교 시절부터 노래와 무용, 연극과 운동은 물론 공부에도 재능을 보여 끼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해서 붙은 조 명인의 별명. 재담에 능한 그는 ‘춘향전’의 방자 역을 많이 해 ‘삼마이’(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된 말로, 웃음을 담당하는 조연)로도 불렸다. ‘선화공주’에서도 방자와 비슷한 캐릭터인 철쇠를 자주 연기했다.
조 명인은 “이 좋은 예술을 사라지게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것이 사라지게 돼서 너무너무 안타까워요. 여성국극이 무너진다는 건 우리나라 창극 예술의 한 축이 무너지는 거거든요.” 조 명인은 1951년 광주에서 ‘동지사’에 입단한 이후 줄곧 여성국극 무대를 지켰다. 여성국극 전성기를 이끈 임춘앵(1924~1975)이 그의 스승. 웹툰 ‘정년이’를 쓴 작가 서이레는 임춘앵 전기와 조영숙 자서전을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마이가 내 체질에 맞았어요, 사람들이 박수치고 웃어주니까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는 “괴롭고 기막힌 일이 있어도 무대에선 눈으로 울고 입으로는 웃었다”고 무대 인생을 돌이켰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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