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해외 증시 문 두드리는 韓 기업들
“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자”…해외 IPO ‘활발’
美상장 후 주가 급락‧상장폐지 사례도…“성장 동력 확보해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27일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 상장을 앞둔 네이버웹툰을 계기로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이목이 쏠린다. 네이버웹툰 뿐만 아니라 야놀자, 셀트리온홀딩스 등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서 벗어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공식 상장한다. 종목 코드는 'WBTN'이다. 공모가는 희망가격 상단인 21달러(약 2만9000원)에 형성됐으며,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를 통해 3억1500만 달러(약 430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상장 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 달러(약 3조72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몸값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힌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후 몸값은 3조7071억원이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지적재산(IP) 확보에 매진해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韓시장 대신 美 입성 택한 IPO 대어들
네이버웹툰뿐 아니라 다수 기업이 현재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토종 여행 플랫폼인 야놀자도 내달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온 야놀자는 최근 미국 델라웨어주에 100% 출자법인을 설립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출신 알렉산더 이브라힘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본격적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밑작업이란 평가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야놀자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됐으며, 목표 기업 가치는 70억~90억 달러(한화 약 10조~12조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홀딩스도 올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국내 제약회사 셀트리온의 지주회사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올해 초 공식 석상에서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 측은 나스닥 상장으로 5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아닌 타국 증시로 눈을 돌린 기업들도 있다. 카카오의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만화 플랫폼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대차 인도 법인은 인도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관련 서류 제출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글로벌 진출 노리는 韓기업들…"대규모 해외 자본 유치에 유리"
국내 기업들이 코스피‧코스닥을 넘어 해외 증시 상장을 노리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글로벌 인지도 높이기'에 있다는 평가다. 세계거래소연맹 집계에 따르면, 나스닥의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기준 23조4147억 달러(약 3경2530조원)로, 뉴욕증권거래소를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만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대규모 해외 자본을 조달하기 쉬워진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활발해진 상태이고 기술 경쟁에는 국가 간 구분이 없다"면서 "한국 증시에 상장하기보다 곧바로 해외 증시에 상장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해외 증시 상장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쿠팡은 공모가 35달러(약 3만96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현재 주가는 21달러대(약 2만9000원)에 불과하다. 중국계 이커머스의 약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보다 앞서 나스닥에 진출한 미래산업‧지마켓 등 기업들은 상장 폐지되거나 해외에 매각됐다.
증권가에선 이날 나스닥 상장을 앞둔 네이버웹툰에 대해서도 일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자체로 북미 시장 마케팅 효과와 투자를 위한 자금을 얻을 순 있지만 상장은 목적지가 아닌 시작점"이라며 "웹툰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향후 IP 매출 비중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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