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취약지역 75%가 위험 노출…산불감시용 CCTV 무용지물

변해정 기자 2024. 6.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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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산림청, 시스템·장비 도입하고도 제대로 활용 안 해"
위험 구역 66% 대피체계 전무…위험구역 內 시설 '대피소'로
산불감시CCTV 45% 자동회전 안 돼…감시인력 미배치 수두룩
[영주=뉴시스] 남성현 산림청장(가운데)이 지난 22일 지난해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영주시 풍기읍 복구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사방댐 등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4.06.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의 75%가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소홀로 사방사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산사태 우려가 큰 '위험구역'에 대한 대피 체계는 전무했고, 위험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을 대피소로 지정하기도 했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설치한 산불 감시용 폐쇄회로(CC)TV는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산불 진화 헬기 투입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해놓고 보여주기식 운용으로 오히려 투입 소요 시간은 더 늘어났다.

감사원은 27일 이같은 내용의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정부의 산사태·산불 방지 대책에도 대형 산사태·산불이 반복돼 산림재난 방재 역량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에 역부족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지속된 데 따라 이뤄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대책에 따른 시스템·장비를 갖추고도 이를 운영하는 과정 곳곳에 허점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민가와의 이격거리가 50m 이내로 인접해 산사태 발생 시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산지가 기초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애초에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대상에서 배제되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산림청은 산사태 위험도가 높아 A 또는 B 등급으로 판정받은 곳 중 135곳을 소유자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었다. 현행법상 산사태 위험도 A·B 등급으로 판정되면 소유자 동의 없이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산사태 위험도 A·B 등급을 받은 또 다른 370곳은 관할 지자체가 취약지역 지정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고 1년 이상 방치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은 또 산사태 취약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사방사업 예산서를 기준으로 매년 지방청에 예산을 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지난 2022년 말 기준 산사태 취약지역 2만7766곳 중 사방사업이 실시된 곳은 25.2%인 700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만758곳(74.8%)이 산사태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산림청은 지난 2020년 8월 국회가 '산사태 취약지역 내 사방사업 실시율이 저조하다'며 사업계획을 조정하도록 요구받고서는 지방청 소관 국유림 내 취약지역의 사방사업 실시율을 93%로 보고했다. 실제 실시율은 44.8%에 그쳤는데도 지방청과 짜고 거짓 보고한 것이다.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산사태 피해 범위에 있는 위험구역에 대한 관리도 매우 허술했다.

산림청은 위험구역 8만3855곳 중 5만5661곳(66.4%)에 대한 대피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위험구역 안에 위치한 시설물을 대피소로 지정한 경우도 2164곳(8.5%)에 달했다.

더욱이 위험구역 내 위치한 다중이용시설 5777곳의 현황을 파악해놓고도 시설 통제방안을 마련해야 할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공유하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충남 논산시 양촌면 추모시설 방문객 2명이 산사태로 매몰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추모시설이 다중이용시설인데도 산사태 발생 시 통제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일어난 참사로 판단했다.

아울러 산불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설치한 산불감시 CCTV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조기 진화를 위해 도입한 헬기 골든타임제도 역시 허투로 운용해왔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전국에 설치한 산불 감시용 CCTV 1446대 중 645대(44.6%)는 자동회전 기능이 없었다. 자동회전 기능이 있는 801대조차 고정시켜 놓은 채 운용하고 있었고 CCTV 전담 감시인력은 배치하지 않았다.

이는 CCTV가 최초 발화지를 조망하고 있는데도 산불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였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산불 1684건 중 CCTV에 의한 발견은 0.4%인 6건에 불과하다.

산림청이 지난 2018년 1월 수립한 진화 헬기 골든타임제 개선 운영계획을 보면 '신고접수→산불확인→출동지시→담수→현장도착→물투하' 총 6단계를 50분 이내로 관리한다. 이는 2017년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78대가 6단계에 실제 평균 54분18초 소요한 데 근거를 두고 설정했다.

그런데 산림청은 조종사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 등으로 '출동지시~물투하'까지의 4단계만을 50분으로 관리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고선 현재까지 4단계 실적(95%)을 마치 6단계 실적인 것처럼 관리하며 국회에도 허위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산림청의 4단계 설정값에 따라 실제 6단계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확인해본 결과, 오히려 68분으로 늘어나 실제 골든타임 이행률은 29%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산림청에 총 20건의 제도 개선 사항을 통보하고, 행안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실효성을 제고하도록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지난해 7월14일 충남 논산 양지추모원(시립납골당)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2명이 매몰돼 숨졌다. 사진은 매몰된 현장. (사진=뉴시스 DB) 2023.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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