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 3.4조 투입

이준기 2024. 6. 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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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연구개발(R&D) 사업 재검토 지시로 올해 대폭 삭감됐던 내년 정부의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이 확대됐다. R&D 삭감 이후 과학계의 반발과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1년 만에 다시 예년 수준으로 환원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세계 최초·최고에 도전하는 선도형 R&D 전환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에 중점 투자하는 데 방점을 두고 배분안을 마련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재부와 함께 8월 말까지 정부 R&D 예산안을 확정해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제9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4조8000억원 규모의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이달 말까지 검토된 24조5000억원과 8월 말 정부안 예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예타사업, 다부처 협업R&D 예산 등 3000억원 가량이 추가 조정·반영될 예정이다. 정부의 주요 R&D 예산은 2023년 24조70000억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R&D 사업 전면 재검토 지시에 따라 올해 21조9000억원으로 삭감됐다. 내년은 정부의 R&D 예산 투자 확대에 따라 24조8000억원으로 2023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내년 주요 R&D 중점 투자 분야는 AI R&D 1조1000억원을 포함한 3대 게임체인저 기술 분야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해 대체불가능한 기술 선점에 나선다. AI반도체는 차세대 범용인공지능과 AI 안전기술 등 차세대 AI에 집중 투자하고, 한국형 AI 프로세서와 메모리 혁신기술 개발 등 AI와 AI 반도체 간 생태계 확장에 투자를 늘린다.

첨단바이오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과 AI 활용 신약 개발 등 디지털 바이오와 바이오 제조혁신의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차세대 첨단의약품 및 치료제 확보 등을 적극 지원한다. 양자기술은 글로벌 협력과 산업화 기반 마련에 전략적 투자를 강화해 기술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 해소를 지원한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혁신·도전형 R&D에는 1조원, 기초연구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94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이를 위해 도약 연구를 새로 만들어 우수 성과자의 후속 연구를 지원하고, 태동하는 분야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개척연구를 시행한다. 아울러 젊은 연구자들이 차세대 연구리더로 성장하고, 이공계 석박사생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R&D에는 2조원을 투입해 3대 게임 체인저 분야의 대표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국내외 우수 연구자 간 공동연구와 전략적 협력 등을 지원한다. 과기정통부는 우리가 선도하는 첨단산업의 초격차 확보와 차세대 핵심기술에도 2조4000억원을 지원한다. 이차전지 분야는 전고체, 리튬멘탈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디스플레이 분야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초격차·iLED(혁신발광다이오드) 신격차 확보에 투자를 강화한다. 반도체 분야는 첨단 패키징과 화합물반도체 등에, 차세대 통신분야는 6G 글로벌 주도권 선점과 위성통신 개발 등에 본격 투자할 계획이다.

우주분야는 지난달 개청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1조원 R&D 시대를 처음으로 연다. 우주경제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우주 신산업·신서비스 창출, 인재양성, 차세대발사체, 달 탐사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원자로 핵심 원천기술,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생산·공급·활용 기술, 주력산업의 공정혁신·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적극 투자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과학기술 투자도 강화한다. 국방분야는 첨단무기체계 개발과 K-방산 수출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공공 R&D 분야는 마약,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등 신종범죄 대응에 투자를 늘린다. 지진과 화재, 폭우, 산업안전 등 국민 생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안전체계 구축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올해 전년보다 20% 삭감된 출연연 R&D 예산은 올해 1조8800억원에서 내년 2조1000억원으로 12% 늘어난다.

류광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과기혁신본부는 주요 R&D만 담당하는데, 일반 R&D는 기재부가 8월 말까지 3000억원 수준 이상으로 추가 반영키로 했고, 이공계 석박사생의 연구생활장려금도 일반 R&D에 포함되면 정부 R&D 예산의 큰 틀이 나올 것"이라며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선도형 R&D 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정부 R&D의 혁신성과 효과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R&D 예산이 줄면서 과학기술계의 불만이 표출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누차에 걸쳐 내년(2025년 예산)에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되도록 하겠다며 다독였다. 총액 기준으로 얼마나 더 증액될 지 모르지만 이번에 과기정통부가 밝힌 증액 규모는 일단 사상 최대규모였던 2023년에 비해 1000억원이 느는 데 그쳤다. 일선 연구자들은 고작 1000억원(전체 규모의 0.4%)을 늘려 놓고 사상최대 규모라는 것은 '꼼수'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반면 그래도 정부가 증액에 성의를 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법인세, 부동산세 등에서 수십 조원 규모의 세수 부족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 속에서도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위축된 과학기술계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과학기술을 통한 국부창출의 기반을 새롭게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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