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6분간 세워두고, 머리 젖혀"…인천 '영유' 강사 불구속 기소

[EBS 뉴스12]

인천의 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에서 강사가 3살 어린이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E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한 달 원비만 160만 원을 웃도는 유명 학원이었는데, 알고 보니 피해아동이 5명이나 됐습니다. 

사실상 유치원으로 운영되면서도 법적으로는 학원이라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는데, 가해 강사는 별다른 제재 없이, 아직도 해당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황대훈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

수업을 받던 3살 어린이가 강사의 손에 교실 밖으로 끌려 나옵니다. 

강사는 아이의 몸을 때리기도 하고, 벌 받는 아이 앞에서 과자를 먹기도 합니다. 

아이는 수업에서 배제된 채, 36분간 복도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다른 날엔 아이가 수저통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양손으로 고개를 강하게 젖히는 행동을 수차례 반복합니다. 

CCTV에 찍힌 강사의 아동학대 행위는 일주일 새 다섯 차례나 반복됐습니다. 

인터뷰: 피해아동 학부모 A 씨

"아이들끼리 앉아서 뭔가 활동을 해야 할 때 얘가 주저하면서 가지를 못해요. 절대로 친구들 모여 있는 장소에 발이 안 떨어지는지 지금도 현재 다니는 원에서도 애가 안 움직인다고…."

수사 과정에서 CCTV에 찍히지 않은 학대 행위도 추가로 확인되면서, 피해 아동은 모두 다섯 명으로 늘었습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해당 강사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해당 어학원은 한 달에 160만 원이 넘는 유명 고액 영어학원입니다.

학원 측은 입소 당시 학부모들에게 CCTV 90일 치를 보관한다고 밝혔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2주 치밖에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들은 CCTV에 찍히지 않은 학대 피해가 더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피해아동 학부모 B 씨

"자기네가(학원측이) CCTV를 다 돌려봤을 때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저희가 만약에 고소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 사건은 묻혔을 사건이라는 얘기예요. 저희는."

하지만, 별다른 제재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사는 여전히 학원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피해아동 학부모 A 씨

"우리 아이 피해도 극심한데 말 못 하는 아이들이 당하면 말을 못 할 것이고 거기서 또 은폐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되잖아요."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영어학원은 전체 유치원 열 곳 가운데 한 곳 꼴로 늘었지만, CCTV 설치 의무도, 강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할 의무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같은 학원이라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엄격한 법적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지연 공동대표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사전 예방적 제재 수단인 CCTV에 대한 규정이 거의 없습니다. 교사의 자격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어떤 분이 하더라도 상관없고 교육과정 또한 원장이 임의대로 결정하기 때문에…."

EBS 취재진은 학원 측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바로 잡습니다

기사 내용에 포함된 CCTV 장면은 '지난 5월'이 아닌 '2023년 5월'에 찍힌 영상으로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