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 161엔 육박…美 금리인하 지연에 ‘낭패’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6. 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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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값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4.4%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달러당 엔화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씨티그룹은 일본 당국의 '실탄 규모'가 약 2000억∼3000억 달러(278조∼417조원)에 달하며, 이만큼 엔화를 사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국채를 대거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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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 160엔대 후반 추락
개입 효과 실종에 37년만 최저치
미국 금리인하 늦어질 예상 속에
일본 금리인상 횡보도 지연 가능
블룸버그 “미 연준 지배력 보여줘”
달러당 엔화값이 160엔대로 떨어진 가운데 도쿄 외환시장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달러당 엔화값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가운데 일본의 금리인상 또한 늦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엔화 약세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4~5월 두 차례에 걸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던 일본이 이번에도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이 한때 160.88엔까지 하락했다. 이는 1986년 12월 이래 37년여만에 최저치다. 27일 이어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오전 11시 현재 엔화값은 160.42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값은 26일 도쿄시장에서 이미 달러당 160엔을 넘은 데 이어 지난 4월 29일에 기록한 160.24엔도 돌파했다. 이후 뉴욕시장에서 160.88엔까지 하락했다. 1유로당 엔화값도 한때 171.79엔까지 하락해 2개월 만에 역대 최저가를 경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하락으로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2개월 전에 진행한 시장 개입 효과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4월 29일과 5월 2일에 엔 매수, 달러 매도를 통한 9조7000억엔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엔화는 한때 151엔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의 미국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오판이 현재의 엔화값 하락세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미 연준 내에서도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는 등 금리 인하 시기는 계속해서 늦어지는 분위기다.

금리인상과 관련한 일본은행 측의 소극적인 행보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6월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감액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7월로 미룬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7월 회의 때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4.4%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달러당 엔화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162~163엔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문제는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다.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은 26일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엔 매수 가능성을 시장에 흘리고 있지만 지난 4~5월의 개입이 수포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행도 시장개입을 보다 신중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아시아 통화 가치도 1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89.98로, 2022년 11월 3일(89.09)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아시아 달러 인덱스는 원화, 중국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화, 인도 루피화, 대만 달러화, 태국 밧화 등 9개 아시아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준다.

특히 엔화 가치의 경우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2% 넘게 하락했다. 금융시장에선 달러당 엔화값이 165엔을 넘어 170엔까지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거시 전략가 에릭 넬슨은 “달러당 엔화값이 165엔까지 떨어지면 일본 당국이 개입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씨티그룹은 일본 당국의 ‘실탄 규모’가 약 2000억∼3000억 달러(278조∼417조원)에 달하며, 이만큼 엔화를 사려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국채를 대거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미 연준의 세계 금융시장 지배력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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