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날린 R&D 예산 겨우 제자리…“고물가로 1조 삭감꼴”

박기용 기자 2024. 6. 27. 12: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기부, 2025년도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안 발표
지난해 2조8천억 삭감·올해 1천억 올린 수준 제자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대전시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24조8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알앤디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대폭 줄어들었던 예산이 과학계와 여론 비판에 밀려 한 해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올해보다 2조9천억원 늘었지만, 삭감 전인 지난해(24조7천억원)와 비교하면 1천억원밖에 늘지 않았다. 그나마 물가를 고려하면 1조원가량 모자란 것이어서 정부가 강조한 “역대 최대 규모”란 말이 무색하단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국가 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 올해(21조9000억원)보다 13.2%에 늘어났다. 과기정통부는 “액수에서 역대 최대”라고 설명했지만, 예산 삭감 전인 2023년(24조7000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연구개발 예산의 포트폴리오를 ‘혁신도전형 연구개발’, ‘게임체인저 기술’, ‘글로벌 최고 수준 공동연구’ 같은 선도형 분야에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삭감된 예산을 그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몇몇 선도형 분야로 예산을 몰아준 것이다. 류광준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선도형 연구개발로의 전환은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 강조했다.

정부가 설명한 중점 투자 분야는 8가지인데, 우선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인공지능(AI)-반도체와 첨단바이오, 양자기술 쪽에 3조4천억원을 배분했다. 연구개발에만 1조1천억원이 투자된다. 인공지능-반도체 분야에선 차세대 범용인공지능, 인공지능 안전 기술 등 차세대 인공지능에 집중한다. 첨단바이오 분야는 디지털 바이오 육성기반과 바이오 제조 핵심기술에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자기술 쪽은 국내 연구생태계의 내실을 강화하면서 양자 핵심기술 확보에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존하지 않는 신개념 기술을 개척하는 ‘고위험-고보상’의 혁신도전형 연구개발 분야에도 1조원이 투자된다. 2차전지, 반도체, 차세대통신 같은 국가 차세대 성장엔진이라 할 초격차 첨단기술 분야엔 2조4천억원이 쓰인다. 2차전지 쪽은 전고체, 리튬메탈 등에, 디스플레이는 오엘이디(OLED), 아이엘이디(iLED) 분야에서 신격차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반도체는 첨단패키징과 화합물반도체 등에 주로 지원하고, 차세대통신 쪽은 6세대 통신의 글로벌 주도권 선점을 위해 주로 예산을 쓰기로 했다.

아울러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우주 분야와 미래 에너지 쪽에도 3조2천억원이 투입된다. 우주탐사, 차세대 발사체 역량 확보와 함께 차세대원자로 원천기술,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관련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초연구 분야엔 2조9400억원을 할당했다.

이번 알앤디 예산 증액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나타난 결과를 되돌리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알앤디 예산이 크게 깎이면서 과학계와 여론의 거센 반발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과기부의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 예산안과 관련해선 ‘실질 예산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더 삭감된 규모’란 지적도 나온다. 특정 분야에 예산을 몰아주면서 그 밖의 예산은 삭감된 채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 출신인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2023년과 올해, 내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예산은 (삭감 이전인) 2023년 24조7천억원 대비 4.2% 내린 23조7천억원”이라며 “이걸 보고 역대 최대 규모라고 자화자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발표한 ‘2023~2026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가 약속한 2025년도 연구개발 예산은 33조2천억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