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영화 3편 유포했다고 공개처형"…"'아빠' 단어 금지"
'하세요', '빨리 와!' 말투도 남한식으로 분류
"코로나 시기 단체목욕 허락한 지역 간부 총살"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외부정보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반동법)을 근거로 남한 영화 유포자를 공개처형 했다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아빠'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일상생활을 광범위하게 제약하고 있단 증언도 상세하게 공개됐다.
27일 통일부가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2020년 반동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청년법), 지난해 평양문화어보호법(평양법)이 제정된 이후 남한 문화 확산에 대한 단속·통제가 극심해졌다.
북한인권보고서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 입소한 탈북민의 대면 증언 등을 기초로 작성된다. 이번 보고서에선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난해 보고서의 바탕이 된 508명에 더해 지난해 조사한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일상생활 통제 극심…행인 휴대전화 뒤지며 주소록도 검열
한 탈북민은 2022년 황해남도에서 22살 농장원이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즐기고, 7명에게 유포한 죄로 공개처형 당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예전엔 남한 드라마·영화 등을 시청하면 노동교양 처벌을 받았지만, 반동법 도입 이후로는 시청하기만 해도 교화소(교도소)에 간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2월에도 공개처형을 지켜봤으며, 최근 반동법으로 인한 공개처형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강연이나 주민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인민반장'을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법을 홍보·교육했다.
다른 탈북자는 "(이전에는) 1년에 두세 번 정도 방안에서 텔레비전을 검사하는 정도였다면, (반동법 시행 이후) 두 달에 세 번 꼴로 가택수색을 들어와서는 구석구석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방안을 싹 뒤졌다"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주민들에게 반동법을 교육하기 위한 영상자료에선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것, 신부가 한복 대신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것도 모두 '반동'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영상은 결혼식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죄인처럼 서 있는 것으로 끝난다고 한다.
주민들의 남한식 언어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평양법은 단어 하나하나를 검열하고 있다. 이 법은 '괴뢰말'로 칭하는 남한말을 '쓰레기 말'이라고 정의하고,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평양법상 '괴뢰말투유포죄'에 해당하면 사형 선고도 가능하다.
단속원들은 거리에서 행인들의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뒤지며 주소록까지 본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아빠', '쌤(선생님)'이란 단어도 남한식이란 이유로 단속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혈육관계가 아닌 연인관계 등 사이에서 '오빠'란 말을 쓰거나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도 남한식 표현으로 규정된다. '~했어요', '빨리 와!' 같은 말투도 남한식으로 분류된다.
당국, '코로나19 가짜 약 제조 주민 처형' 선전
2021년 2월 해당 지역 당 조직비서와 인민위원장 등 남성 간부 2명이 비상방역법 위반 행위로 재판 없이 공개총살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상방역조치를 위반해 격리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이 집단 목욕을 하도록 허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당국은 방역 의식 고취를 명목으로 2020년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짜 약을 제조한 주민을 처형한 사실을 선전했다고 한다.
코로나19 기간 중 한 협동농장 작업반장이 당 대회에 불만을 표출하자 며칠 후 가족 전체가 사라졌다는 진술도 있었다.
"김정은이 3태자 낳아" 유언비어에 가족 증발
2008년 태양상(김정일 모자이크 벽화) 사업에 동원된 한 군당 간부가 사업에 대해 투덜대자 한밤중에 가족이 모두 실종되고 집도 허물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4년 초급중학교 재학시절 옆반 친구 친형이 "김정은이 3태자를 낳았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다가 돌연 가족 전체가 사라진 사례를 직접 봤다는 진술도 있었다.
식량 배급은 '특권층'으로 인식되는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는 등 지역·집단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자는 "2021년 4월 22일 양강도 혜산시 역전 공원에서 30대 중반 남자가 아사한 것을 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장사꾼들로부터 그해 겨울에만 15명이 굶어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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