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들었던 R&D 예산, 1년 만에 ‘원상 복구’…과학계 “일단 환영”
24조8000억원 편성…올해보다 13%↑
일반 R&D 합치면 총 30조원 육박할 듯
지난해 윤 대통령 “재검토” 뒤 비판 비등
과학계 “대학원생, 신진 연구자 지원해야”
내년 정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보다 13%가량 늘어나 삭감 전 수준으로 복구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대폭 줄어든 예산이 과학계와 여론 비판에 밀려 한 해 만에 되돌아온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제9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개최하고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주요 R&D 예산은 총 24조8000억원으로, 올해(21조9000억원)보다 13.2% 늘어났다. 2023년(24조70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과기정통부는 “액수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내년 주요 R&D 예산으로 과기정통부는 ‘3대 게임 체인저 기술’을 집중 육성한다. AI-반도체(1조2000억원), 첨단바이오(2조1000억원), 양자(1700억원) 분야에 약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초연구 예산으로는 2조9400억원을 책정했다. 이를 통해 우수 성과자의 후속 연구를 지원하고, 개척 단계에 해당하는 연구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분야에 2조4000억원, 우주와 미래 에너지 분야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날 발표된 주요 R&D 예산은 과기정통부가 관리하며,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국가 지원을 받는 연구 시설에서 장비 구축과 인재 육성 등에 사용한다. 주요 R&D 예산은 정부 전체 R&D 예산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는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일반 R&D 예산이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비를 포함해 대학 등에 주어지는 각종 지원금이다.
일반 R&D 예산은 올해 4조6000억원이었다. 내년 액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와 비슷한 규모가 된다면 정부 전체 R&D 예산은 총 29조4000억원이 된다. 올해 정부 전체 R&D 예산(26조5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번 주요 R&D 예산 증액은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나타난 결과를 되돌리는 의미가 있다.
당시 여당에서는 윤 대통령 발언 이후 “과학계에 ‘카르텔’이 있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과학계 인사들이 서로 짜고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인데, 결국 올해 R&D 예산이 크게 줄어든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예산 수조원을 깎을 만큼의 구체적인 카르텔 사례가 정작 나오지 않으면서 과학계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내년 주요 R&D 예산과 관련해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정부 총예산 증가율이 4%선으로 예측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이 없는데도 최선을 다해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주요 R&D 예산은 (규모에서는) 2023년보다 조금 커진 수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졌다”며 “복원이나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일단 과학계에서는 R&D 예산 수준이 복원된 데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예산이 일부 대형 사업에만 쏠린다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내년 R&D 예산이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쓰일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줄어든 올해 예산 때문에 타격을 입은 대학원생이나 신진 연구자들에게 늘어난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요 R&D 예산은 기재부 검토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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