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후보 1명 사퇴… 보수 4명 vs 진보 1명

선거 하루 앞 “보수표 결집”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2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 성향의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남은 후보가 5명(보수 4·진보 1)으로 줄었다. 이번 결정은 진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보수표 분산을 틈타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상황에 나왔다는 점에서 보수 결집을 위한 후보들의 연쇄 사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6일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하셰미 부통령은 이날 오후 X를 통해 “혁명세력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전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임 각료로서는 유일하게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져 후보 자격을 승인받은 하셰미 부통령은 지난달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업적을 추켜올리는 전략으로 보수층 끌어안기를 시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남아있는 다른 형제 세 명도 혁명전선 강화를 위해 나의 결정에 동의하기를 바란다”며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다른 후보들도 자진사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다른 형제 세 명’이 어떤 후보들을 의미하는지,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셰미 부통령의 사퇴 결정은 이란의 기성 정치에 실망한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페제시키안 후보가 지난 2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24.4%)에 등극하는 이변을 일으킨 가운데 나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인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 핵협상 대표는 24.0%의 지지율을 보였고, 유력 후보로 평가받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4.7%의 지지율로 3위였다. 페제시키안 후보가 1, 2위가 나서는 결선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28일 선거에서 페제시키안 후보가 1위에 오르더라도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 달 5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이때 보수표가 결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