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얼차려 훈련병 사망’ 관련 중대장 등 2명 구속 송치···“군장 빈 곳 책으로 채우게 해”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 사건 수사전담팀’은 신병훈련소에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 중대장(대위)과 B 부중대장(중위) 등 2명을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 중대장 등은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인제군의 한 육군 부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병 6명에게 군기훈련 절차와 방법을 위반해 완전군장 상태로 선착순 뜀 걸음과 팔굽혀펴기를 시키는 등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하고,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훈련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강원경찰청은 지난달 25일 군 수사대로부터 사망 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받고, 사흘 후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수사 결과, B 부중대장은 사건 전날인 지난달 22일 취침 점호 이후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훈련병 6명을 군기 위반으로 적발한 후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오전 A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 후 승인을 받아 군기훈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기훈련을 할 경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과 육군 병영 생활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훈련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해명 기회를 부여한 후 실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당시 훈련병의 신체 상태와 훈련장 온도지수 등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군기훈련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오후 4시 26분쯤 B 부중대장은 보급품을 받지 못한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빈 곳을 책으로 채우게 한 후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을 2바퀴 보행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나타난 A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 걸음으로 1바퀴 돌게 한 후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또다시 뜀 걸음으로 세바퀴를 돌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이날 오후 5시 11분쯤 훈련병 6명이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세바퀴 돌던 도중 1명이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훈련병은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해 같은 달 25일 오후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경찰은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졌을 당시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열사병에 대한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열사병 및 그 합병증’으로 사인이 기록돼 있다.
경찰은 그동안 20여 명 이상의 군과 의료 관계자 조사를 통해 군기훈련 과정과 의무대의 응급처치, 민간병원 후송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 A 중대장과 B 부중대장의 혐의를 입증했다.
춘천지법 신동일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21일 A 중대장과 B 부중대장 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차례로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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