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검승부와 뒤처진 한국[뉴스와 시각]

임대환 기자 2024. 6.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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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엔비디아 파트너십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열었다."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이 한마디에 대만 관람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AI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대만에 비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AI 반도체 노출도가 낮다"고 평가한 블룸버그 분석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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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부 부장

“대만과 엔비디아 파트너십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열었다.”

지난 2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이 한마디에 대만 관람객은 환호성을 질렀다. 전자업계에서 대만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컴퓨텍스는 한동안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시회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AMD·슈퍼마이크로를 비롯해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팻 겔싱어 인텔 CEO 등 이번 컴퓨텍스에 참석한 IT 거물들의 면면을 보면 높아진 전시회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날 젠슨 황은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인 ‘루빈’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제 대만은 AI 시대에 빠질 수 없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5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745달러를 기록해 1년 만에 대만(3만3299달러)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2022년 우리나라 GNI가 3만200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대만에 20년 만에 역전됐다가 이번에 재역전한 것이다.

정말 한국이 대만을 이긴 것일까. AI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는 AI를 선도하는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컴퓨텍스 위상을 보듯, AI 시대 초입에서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만에 한발 뒤처져 있다.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만의 TSMC로 인해 우리나라와 대만의 주식시장 규모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지난 4월 9일, 대만 자취안(加權)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66조1080억 대만달러(약 2791조 원)를 기록했다. 그날 한국의 코스피 시총은 2207조 원이었다. 두 시총 간 격차가 무려 584조 원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두 시장의 격차가 2003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인 ‘CEO스코어’는 시총 기준 대만 100대 기업의 2013∼2023년 영업이익이 36조3947억 원에서 86조960억 원으로 136.6% 늘어난 반면, 한국의 100대 기업은 18.8%(88조1953억 원→71조6491억 원) 감소해 대만 기업에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젠슨 황의 말 한마디에 국내 제1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은 AI가 뒤바꿔 놓은 세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는 빠르게 전진하고 있지만, 한국은 집안싸움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이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두고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민생과 국가 경제와는 별 상관이 없는 특검법이 난무하고, 제22대 국회는 문이 열리자마자 치고받고 싸우느라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한걸음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이 상당 기간 엔비디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 ‘한걸음’을 따라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해 준다. “AI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른 대만에 비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AI 반도체 노출도가 낮다”고 평가한 블룸버그 분석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임대환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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