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인"…상반기 반·차 담았다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올 상반기 국내 주식을 22조원 가까이 사들인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바구니에 담은 종목은 반도체와 자동차, 방산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들이 내다판 2차전지주를 주워담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에서만 21조8769억원 어치를 폭풍 쇼핑했다. 월별로 보면 5월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전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691조원에서 외국인은 850조원을 보유해 전체 코스피 시총의 31.6% 수준이다. 외국인들의 복귀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를 '쌍끌이'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수혜주로 대표되는 두 종목은 외국인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외국인은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각각 7조6898억원, 3조7876억원 어치를 사들여 나란히 순매수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주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며 지난 19일에는 장중 '23만닉스'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이닉스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과 엔비디아 훈풍 등 영향으로 지난 19일 두 달 만에 주가가 8만2000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8만1000원선에서 숨고르기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낮게 평가돼 있다며 목표주가를 각각 '12만전자', '35만닉스'까지 높였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엔비디아향 HBM 인증 지연인데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인 반면 범용 D램 수요는 IT 세트 수요와 더불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상향했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주도 열심히 매수했다.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조4351억원, 현대차 1조760억원을 담아 순매수 종목 3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는 기대감에 '현비디아'로 급부상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오전 11시10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7500원(2.5%) 오른 29만7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 인도법인이 증시에 상장하면 본사 주가가 약 18.8%, 10조5700억원의 시가총액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하반기에도 자동차 업종이 주주환원 지속과 호실적으로 주도주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히는 KB금융(6130억원), 우리금융지주(4455억원), 삼성생명(4923억원) 등 금융주와 올 초 자사주 소각과 배당확대 계획을 발표한 삼성물산(1조2926억원) 등을 매집했다.
이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109억원), 현대로템(3748억원), LIG넥스원(3403억원) 등 방산주와 AI 전력 수혜주로 거론된 HD현대일렉트릭(1079억원) 등을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LG화학(1조6748억원)과, 삼성SDI(1조4160억원), 포스코홀딩스(4528억워) 등 2차전지주와 국내 대표 성장주인 네이버(1조1693억원) 등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개미들은 외국인들이 판 종목들을 주워담았다. 올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하고 상반기 네이버를 2조638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SDI(1조3375억원), LG화학(1조532억원), LG에너지솔루션(5590억원), SK이노베이션(4091억원) 등 2차전지와 엔터주인 하이브(3398억원), 호텔신라(3476억원), 오리온(3172억원) 등을 사들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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