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업인 "해상풍력, 난개발 해소·수산업 보호 중심 특별법 돼야"
어업인 중심 협의체 구성과 기존 입지 재평가 등 4대 핵심사항 제시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수협중앙회(회장 노동진)가 27일 전국 어업인 명의로 낸 성명서를 통해 "해상풍력 난개발 해소와 구체적인 수산업 보호 방안 없이 풍력업계 입장만을 반영한 해상풍력 특별법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20일 김소희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한 해상풍력 관련 특별법안이 수산업계와 소통 없이 풍력업계에 유리한 조항 위주로 반영된 데 따라 강한 유감의 의사를 밝힌 것이다.
성명서에 어업인들은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 중심 민관협의회 구성 △국가가 입지를 발굴하고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하는 계획입지 전면도입 △기존 입지 부적정 사업에 대한 입지 적정성 평가 도입 △해상풍력으로 영향을 받는 수산업 지원 재원 근거 마련 등 수산업계 4대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또 해상풍력에 대한 난개발 해소와 수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이 같은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 해상풍력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계획입지는 국가가 입지를 발굴하고 향후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입지 선정 과정에 수협 등 어업인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수용성을 확보하게 된다.
어업인들은 이와 함께 "해상풍력은 20~30년간 상당한 넓이의 바다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수산업 피해가 불가피하므로 독일의 사례처럼 해상풍력을 통해 마련된 재원의 일부를 수산업 지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상풍력 난개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지 적정성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필종 수협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수석위원장(멸치권현망수협조합장)은 "현재 전국 해상풍력 허가가 90여 건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허가를 취득하였더라도 입지 문제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업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허가 취득 사업에 대한 입지 적정성 평가 도입을 포함해 수산업계가 제시하는 4대 핵심사항은 반드시 입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해상풍력 난개발 해소·수산업 보호 중심의 해상풍력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전국 어업인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22대 국회 첫 발의된 ‘해상풍력 특별법안’ 에 대한 어업인 입장
우리 어업인들은 지난 수년간 벌어진 일방적이고 무분별한 해상풍력 난립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해상풍력 특별법」의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지속 건의해 왔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우리 어업인은 △계획입지 전면 도입 △기존 입지 부적정 사업에 대한 입지 적정성 평가 △민관협의회 어업인 참여 보장 △수산업 지원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안을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였고, 당시 산자위 여당 간사였던 한무경 의원이 어업인 의견을 반영해 대표 발의한 해상풍력 특별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염원하였으나, 아쉽게도 제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지난 6월 21일 우리는 제22대 국회 첫 번째 해상풍력 특별법을 김소희 의원이 발의하였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당연히 어업인 의견이 법안에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에는 수산업계 핵심 건의사항이 누락된 채 풍력업계의 입장만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법안 발의 과정에서 수산업계와 그 어떤 사전 소통이나 공감의 시간을 갖지 않은 점에 대해 우리 어업인은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존 사업에 대한 입지 적정성 평가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영국, 덴마크 등 해상풍력 선진국은 이미 정부가 해양환경과 수산업 영향을 고려하여 해상풍력 적합 입지 후보를 선정하고, 어업인대표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발전단지를 지정해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별 민간사업자가 수익성에만 기초하여 입지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해상풍력 입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사업허가권만 남발되었고, 소위 가성(假性)사업자들은 실제 사업실현 가능성보다는 허가 프리미엄만을 노리고 우리 바다를 투기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입지와 전력계통을 선점해 해상풍력 보급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난개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지 적정성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발전사업허가만 받고 입지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한 채 어촌사회 갈등만 야기하는 소위 가성(假性) 사업들을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둘째, 수산업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 있다. 해상풍력은 우리 어업인의 생업 터전인 바다를 20~30년 동안 독점하는 만큼, 조업구역 축소 등 어업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독일에서도 해상풍력법을 통해 총 입찰금의 일부를 수산업 지원금으로 납부하게 하는 등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해상풍력으로 영향을 받는 어업인 지원을 위한 재원은 반드시 필요하나, 이번 법안에는 수산업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선언적 문구 외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언급이 없어 그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제22대 국회에 요청한다.
우리의 바다가 난개발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수산업과 해상풍력산업이 상생·공존할 수 있도록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 중심 민관협의회 구성 △국가의 입지 발굴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정하는 계획입지 전면도입 △기존 입지 부적정 사업에 대한 입지 적정성 평가 도입 △해상풍력 피해 수산업 지원 재원 근거 마련 등 4가지 핵심사항은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해상풍력 특별법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 어업인은 난개발 해소와 수산업 보호 중심의 해상풍력 특별법 이 제정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국회에서도 우리 어업인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24년 6월 전국 어업인 일동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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