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쇼크] “피임약 먹고도 임신” 위고비가 난임도 치료할까?
피임약 희석, 여성호르몬 생성 가능성도 제기돼
해외에서 여성들이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이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먹었더니 피임약을 복용하고도 임신했다는 사례가 소셜미디어(SNS)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어떤 여성들은 과거 임신이 힘들다는 난임 진단을 받았음에도 오젬픽, 위고비를 먹는 중에 임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6일(현지 시각) 오젬픽이나 위고비가 임신 확률을 높이는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가설을 소개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세마글루타이드를 주 성분으로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트(GLP)’-1 계열 의약품이다. GLP-1 계열 약물은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오젬픽을 출시했는데,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로 나왔다.
노보 노디스크는 임신했거나 계획 중인 여성에게 자사 약품을 복용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네이처에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한 여성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를 임상시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혹시 약을 복용해도 태아가 약물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임신 2개월 전에 약물을 중단하라고 권고한다고 했다.
◇가설1: 정상 배란 주기 회복
네이처는 과체중, 비만으로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호르몬 불균형이나 염증으로 인해 월경 주기가 흐트러져 난임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니콜 템플먼(Nicole Templeman) 캐나다 빅토리아대 생물학과 교수는 “여성의 생식기관은 에너지 균형이나 영양, 대사에 매우 예민하고 반응이 빠르다”며 “GLP-1 계열 약물로 체중이 줄면서 일부 여성이 규칙적인 배란 주기를 회복해 임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체중 감량과 무관하게 생식기관 자체에 GLP-1 계열 약물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가설2: 피임약 농도 낮출 수도
GLP-1 계열 약이 피임약 효과를 낮출 수 있다.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를 생산하는 미국 일라이 릴리는 먹는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젭바운드를 투여할 때 초기 4주 간 다른 피임 방법도 반드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 과정에서 약물 상호작용을 연구했다”며 “티르제파타이드가 먹는(경구) 피임약이 혈류에 흡수되는 현상에 영향을 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GLP-1 계열 약물은 음식물이나 약물이 위에서 장으로 들어가는 속도를 낮춰 식욕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때 경구 피임약이 혈류로 흡수되는 속도 역시 느려진다. 일라이 일리에 따르면 티르제파타이드를 1회 투여 후 혈중 피임약 최대 농도가 최대 6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피임 효과가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다.
제시카 스켈리(Jessica Skelley) 미국 샘포드대 약대 교수는 “경구피임약의 효과는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며 “절반 이상 사라졌을 만큼 경구피임약 농도가 충분치 않으면 피임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티르제파타이드보다 피임약 농도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설 3: 여성호르몬 생성 자극
GLP-1 계열 약물이 여성호르몬 자체에 작용해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는 가설도 있다. 페데리코 말로(Federico Mallo) 이탈리아 비고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5년 국제 학술지 ‘내분비학’에 GLP-1 계열 약물을 암컷 쥐에게 투여했더니 황체형성호르몬(LH) 생성이 자극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황체형성호르몬은 배란을 유도한다. 말로 교수는 “쥐는 월경 주기가 인간과 비슷하다”며 “인간 역시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하면 배란 전 황체형성호르몬 농도가 증가해 임신이 촉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이 지난 5월 GLP-1 호르몬과 난소 기능 간 상관관계를 밝혀 ‘네이처 대사’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정 장내 세균(Bacteroides vulgatus)이 GLP-1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난소 기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으로 알아냈다. 쥐에게 GLP-1 계열 약물을 투여했더니 생쥐는 다시 배란을 시작했다. 즉, GLP-1 호르몬을 모방한 GLP-1 계열 약물이 난소를 자극해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045-w
Nature Metabolism(2024), DOI: https://doi.org/10.1038/s42255-024-01041-8
Endocrinology(2015), DOI: https://doi.org/10.1210/en.2014-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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