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의사협회, 언론 겁박 중단하라"
한국기자협회는 기자에 대한 비난을 유도하는 등 대한의사협회는 의정갈등 취재를 위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의협 집행부의 거친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이 기자를 향하는 것은 결국 국민과 환자를 향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며 “언론을 상대로 한 겁박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보는 의정갈등을 보도하는 기자들이 댓글과 이메일 등으로 협박을 당하는 등 ‘온라인 괴롭힘’을 겪는 실태를 26일 보도했다.
기자협회는 “취재 과정에서 고압적인 태도와 비아냥거림은 의협 집행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며 임현택 의협 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비속어를 암시한 데 대해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자유로운 의견을 적은 것’이라는 변명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건 분야 담당 기자들이 당한 다른 피해 사례들도 열거됐다. 기자협회는 “기사 내용이 의사들의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복수의 매체에 출입정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의협에는 기자들의 자율규제 단체인 출입기자단이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징계 성격의 조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의협 내부에서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에 대해서도 “명백한 오보이니 기사를 삭제하라”며 다른 기자들에게도 기사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기자에게 치명적인 ‘오보’라는 낙인까지 찍어서 전체 공지를 하는 경솔한 태도를 보인 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 내부 취재를 금지하고 “대변인을 통해서만 취재하라는 요구도 계속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기자협회는 “기자 취재에 위해를 가하는 일체 행위에 대해 의협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며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한 생각이 부디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자에게는 적용되질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성명과 관련해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1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대변인을 통하지 않은 인터뷰가 여럿 나가 메시지 관리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며 “기협 입장을 잘 수용했고 앞으로는 기자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출입정지된 언론사는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 대변인은 기자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의협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할 수 있는지 질문에는 “정부가 해결할 문제로 의사가 환자나 국민과 다툴 일은 아니”라며 “언론도 국민을 대변하니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다만 “회원들이 다른 국민처럼 똑같이 자유롭게 의사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의사가 악마화되는 데 상처받아 일부 그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하라, 하지 말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대한의사협회는 언론을 상대로 한 겁박을 당장 멈춰라
대한의사협회는 기사 내용이 의사들의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복수의 매체들에 대한 출입정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의협 출입기자단이 없는데도 출입정지라는 개념을 들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켰고, 출입정지의 근거가 되는 내부 논의 절차에 대한 설명 없이 “회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출입정지를 통보한 일부 매체에는 기사가 아닌 칼럼을 근거로 출입정지를 통보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본인의 개인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일종의 ‘좌표찍기’를 한 뒤 회원들의 비난을 유도하고, 특정 매체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행태도 보여왔다. 임 회장은 줄곧 SNS를 통해 의협 회장으로서의 입장과 향후 대응을 회원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해왔으니 “개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자유로운 의견을 적은 것”이라는 변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의 고압적 태도와 비아냥거림은 의협 집행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보건복지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취합한 피해 사례 중에서는 의협 내부에서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에 대해서도 “내부 확인 결과 그런 통화를 한 사람이 없다. 명백한 오보이니 기사를 삭제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해온 사실도 있었다. 사실 확인을 해 준 집행부가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하고, 해당 기사가 오보라며 다른 기자들에게 기사를 쓰지 말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 의협 입장에 반하는 보도가 나가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고, 기자에게는 치명적인 ‘오보’라는 낙인까지 찍어서 전체 공지를 하는 경솔한 태도를 보인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의협은 대변인을 통해서만 취재하라는 요구도 계속하고 있다. 기자는 어떤 출입처이든 다양한 경로로 사실 확인을 한다. 만약 대변인을 통해서가 아닌,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 관리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면 내부 언론 대응 역량을 교육할 일이지 기자들의 취재를 금지시킬 일이 아니다.
의협 집행부의 거친 입에서 나오는 발언들이 기자를 향하는 것은, 결국 국민과 환자를 향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의료 개혁에 있어서 국민이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 건 결국 의협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다. 기자의 모든 취재 활동은 국민의 알 권리와 국민 편익을 위해 이뤄진다. 편집권을 침해하고, 기자 취재에 위해를 가하는 일체 행위에 대해 의협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오만한 생각이 부디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자에게는 적용되질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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