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향기 떠올려”…‘女제자에 논란 편지’ 교총 회장, 사퇴 요구에도 버티기?

노기섭 기자 2024. 6.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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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시도교총회장협의회 긴급 회의 열기로…내홍 확산 가능성
“협의회 개최 전 거취 결단해야” 주장 힘 얻어…회원들도 거세게 비판
박정현 제39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 교총 제공

박정현(44)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이 과거 여제자에게 부적절한 편지를 보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교총 안팎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 한 차례 해명을 했던 박 회장이 ‘버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 교총 안팎의 자진 사퇴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내홍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는 오는 28일 오후 4시 충북 청주시 한 호텔에서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박 회장의 과거 여제자 대상 ‘부적절한 편지’ 논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회의엔 ‘한국교총 오너리스크에 관한 사항’ 등이 안건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총의 각 시도 지부 대표자들이 ‘오너리스크’를 주제로 모인 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교총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중론이 모인 것으로 관측된다. 논란이 커지기 시작한 22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교총 홈페이지 회원게시판에는 ‘탈퇴가 고민된다’, ‘교총 선관위는 책임져라’, ‘회원의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등 박 회장을 거세게 비판하는 글이 150건 넘게 올라왔다. 다른 직업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직 사회에서 제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한 공분이 터져나온 것이다. 해당 편지를 보낸 당사자가 국내 최대 법정 교원단체인 교총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교육계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일선 고교 한 교사도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해야 하는 교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교원을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으로 선출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박 회장이 교총 안팎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계속 버틸 경우, 이번 사태는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교총 정관에 따르면, 현재 15명이 활동 중인 시도교총 회장(2곳 공석)들은 교총의 집행기구인 이사회 구성원이다. 이사회는 회장단과 시도교총 회장 등 50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재적 이사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다면 회장이 이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회원들은 게시판에 ‘제명이 답’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교총은 회원의 비위행위 등을 다루는 조직윤리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회장단과 시도교총회장 등 27명으로 구성된다. 심사 결과에 따라 경고, 견책, 자격정지, 제명, 고소·고발 등 조치를 할 수 있다. 만약 선출된 회장을 징계하거나 제명하는 절차가 진행되면 법적 공방으로도 번질 수 있다.

교총 간부들은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박 회장이 28일 시도교총회장협의회가 열리기 전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이미 회원들과 여론의 지지를 모두 잃었는데 버틸수록 교총에만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다"며 "부적절한 과거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는 것이 본인과 교총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인천의 모 고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 한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낸 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경징계인 ‘견책’ 징계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간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당시 제자에게 "꿈 속에서도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다", "나의 여신님", "차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당신의 향기" 등이 적힌 쪽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견책’ 징계를 받은 사유도 ‘해당 학생의 면학실 책상 위에 지속적으로 쪽지를 놓는 방법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내용으로 파악됐다.

박 회장은 당선 이틀 후인 지난 22일 이번 논란에 대해 "제자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격려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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