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가 왜 페트병을 걷어찼냐고? 20년 만에 첫 메이저대회 조별리그 무득점[숫자로 보는 유로]
포르투갈이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조지아에 0-2로 끌려가던 후반 2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 나스르)는 팀 동료 곤살로 하무스(파리 생제르맹)와 교체되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과 악수하며 벤치로 향하던 그는 페트병을 걷어차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호날두의 분노는 이번 대회에서 무기력했던 본인의 활약상에서 나왔다.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를 꿈꿨던 것과 달리 조별리그 3경기에서 기록한 성적표는 0골. 조별리그 최다인 12개의 슈팅(유효슈팅 5개)을 쏟아냈지만 단 한 번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호날두가 메이저대회로 분류되는 유로(2004 1골·2008 1골·2012 2골·2016 2골·2020 5골)와 월드컵(2006 1골·2010 1골·2014 1골·2018 4골·2022 1골)의 조별리그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날두가 부진한 활약으로 질타받았던 2022 카타르 월드컵조차 가나와 조별리그 첫 경기(3-2 승)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호날두가 이번 대회에서 골을 넣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호날두는 12개의 슈팅에서 나온 기대 득점(xG)이 1.32골이었다. 상대 수비를 공략하면서 최소 1골 이상을 넣을 기회를 만들었다는 의미인데, 0골에 머물렀다. 호날두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실제 득점-xG’(-1.32골)은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에만(-1.84골)과 벨기에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1.67골)에 이은 3위였다. 루카쿠가 이번 대회에서 비디오 판독(VAR)으로 잃어버린 득점만 3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즈에만과 호날두가 골 결정력 측면에서 최악의 투톱인 셈이다.
물론, 호날두의 조별리그 침묵은 지난 23일 튀르키예와 2차전에서 보여준 이타적인 플레이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호날두는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슈팅을 시도하지 않고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득점을 도우며 유로 통산 최다 어시스트(7개)의 주인공이 됐다.
호날두가 유로 2024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한 채 마침표를 찍을지도 관심사다. 조지아전 패배에 상관없이 F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포르투갈은 7월 2일 슬로베니아와 8강 티켓을 다툰다. 1985년 2월생인 호날두가 슬로베니아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유로 최고령 득점의 주인공이 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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